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중략)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 조정권 '산정묘지' 부분
겨울의 절벽에서 평생을 살아갈 순 없다. 하지만 겨울 산행의 냉기를 폐부 끝까지 들이마시다 보면 알게 된다. 가장 염결한 것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이르러서야 반짝인다는 것을. 우연처럼 걸어본 산길에서 자기 내면의 어떤 정신을 만날 때, 비탈의 바윗덩어리가 마치 지금 이 순간을 견디는 중인 나 자신임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거울을 마주하듯 산을 본다. 얼어붙은 곳, 그 추운 침묵의 장소에서 우리는 나를 대면한다. 굳은 몸을 풀며 겨울 산을 올라보자. 정상에 서면 어떤 불씨 하나가 정수리에 내리꽂힐 것이니.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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