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비난한 국무위원들을 향해 "고민 좀 하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총재는 지난 2일 한국은행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던 중 "해외에서 볼 때, 대통령에 이어 총리까지 탄핵됐는데 또 (최 대행까지) 탄핵되면 정치적 리스크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원고에 없던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한 번 내려간 신용등급을 다시 올리기가 굉장히 어렵다"고도 했다. 이어 방문한 기자실에서도 이 총재는 "또 탄핵이 이어지면 과연 정부가 작동할 수 있느냐. 답답하다"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그러나 일부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에서 최 대행의 결정을 강하게 비난하고 몰아세웠다. 대통령실 참모진도 사의를 표명하며 반발했다. 여당 입장과 상반된 태도를 취한 최 대행을 대놓고 흔든 것이다.
최 대행의 판단을 지지한 이 총재의 생각도 같았다. 위태로운 경제를 생각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튼튼하다'는 메시지를 해외에 보내고 있는데 '책임있는 자'들이 최 대행을 흔들고 비난해서 되겠느냐는 얘기다. "경제 고민 좀 하라"는 작심 비판도 그렇게 나온 말이다. 중립적 위치인 한은 총재가 논란을 감수하고 쏟아낸 정치적 발언이지만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최 대행이 탄핵당할 정도의 정치적 갈등과 혼란이 빚어지면 국가의 대외신인도 추락은 불가피하다. 이를 복원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상당한 국가적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현 세대의 잘못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탄핵발 국정 공백은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낮춰 저성장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8% 이상 늘어나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마저 올해 증가율이 1.5%로 급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보유 달러를 풀어 방어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깨고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2주 후면 미국 트럼프 신정부가 출범한다. 외교·통상 압박이 더 세질 것이다. 한국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한둘이 아니다.
혼란한 정치가 경제를 지속적으로 흔들어선 안된다. 최 대행을 중심으로 경제 회복에 매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무엇보다 정치와 경제 시스템이 철저히 분리돼 돌아가야 한다. 국제 사회는 지금 우리의 금융·외환, 모든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대외신인도가 추락한다면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것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