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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옥씨부인전’ PD “왕족 없이 노비가 주인공…우리네 인생 그려 공감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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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씨부인전'엔 왕족은 등장하지 않으며, 주로 노비 이야기가 나온다. 외지부(조선시대 변호사)가 된 옥태영(임지연)이 자신의 노비 막심(김재화)와 부둥켜 안고 있는 모습.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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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구덕이(임지연)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고 슬프면서 응원하게 됩니다. 옥태영의 신분으로 거짓 인생을 살고 있지만 들키지 않기를 바라는 이상한 마음이죠. 시청자들도 아마 같은 마음으로 보지 않을까요?”

JTBC 토·일 극 ‘옥씨부인전’을 연출한 진혁PD가 짚은 드라마의 인기 비결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중앙일보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도망 노비의 생존 사기극’을 그린 이 작품은 8화(12월 29일 방송)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9.5%를 기록하며 새로운 주말극 왕좌로 떠올랐다. 11월 30일 4.2%로 출발해 매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진 PD는 예상하지 못한 성과라며 기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15일 모든 촬영을 완료하고 3개월 넘게 편집해 사전제작을 끝낸 후, 시청자 모드로 작품을 감상 중이다. “박지숙 작가와 주연배우 임지연과 함께 모여 6부를 봤다.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임에도 다 같이 몰입해서 보고 있다. 편집하며 수십 번 돌려보면서도 재밌다고 느꼈는데, 나만 재밌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시청자들에게도 닿은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왕은 안 나온다…천민 중심의 사극



왕족이 등장하지 않는, 천민 중심의 사극이다. 역사에 잘 기록되지 않은 백성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최근 방송분에선 옥태영이 백중을 맞아 노비들에게 용돈을 나눠주며 휴가를 보내는 장면이 나왔다. 사극에서 처음 보는 장면이라며 화제를 모았다. 제작진은 왕이 만든 제도로 남아 있는 역사를 실제 백성이 어떻게 이용했을까 하는 상상을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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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8일 JTBC '옥씨부인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진혁 PD.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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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PD는 “처음부터 왕이나 왕실 이야기는 절대 다루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의 백성이 지금의 일반 서민들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고 퓨전 사극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요즘의 현실을 반영한 ‘예인 천승휘(추영우)의 팬 사인회’, ‘역모가 있을 것을 우려한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을 유머 코드로 녹인 부분이 그렇다.

옥태영이 된 구덕이가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체적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자신이 얻은 부와 명예를 천민을 위해 사용하는 모습은 우리 시대 새로운 여성 영웅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진 PD는 “기획할 무렵에도 사람들이 항상 화가 많은 상태이며 서로를 포용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느꼈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자는 방향에 포커스를 맞춰, 구덕이를 통해 그런 의미를 부여해보고자 했다. 방영 이후, 우리 사회의 갈등 상황이 완전히 터져버리면서 더욱 주목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료 찾아 참고한 성 소수자 설정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인한 토요일 2주 연속 결방. 진 PD는 “그 바람에 성 소수자 이야기가 일주일간 정체됐다. 메인 줄거리가 아닌데 시청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면서, 시청률이 더 치고 올라가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사극에서 성 소수자 이야기를 다루는 건 부담이었기에, 사료를 많이 찾아가며 준비한 장면이라 더욱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극 중 옥태영의 남편 성윤겸(추영우)는 성 소수자라는 사실이 발각될까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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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옥씨부인전' 출연진과 감독. 배우 추영우(왼쪽부터)와 임지연, 진혁 PD, 연우, 김재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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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PD에 따르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되는 고전소설 『유연전』에는 직접 성 소수자를 언급한 건 아니나, ‘형님의 외형이 여성스럽다’고 묘사한 부분이 있다. 1467년 세조는 동성애 사건에 유배형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다른 부분은 역사에 상상력을 더했다고 했지만, 성윤겸이 성 소수자라는 설정에서 만큼은 역사에 충실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한 이야기는 드릴 수 없지만, 이 소수자 설정을 그리 긍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성윤겸이 옥태영을 모른 척하고 떠나간 이유도 후반부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극임에도 전개가 빠르다. 극 중 성윤겸네만 보더라도 한 회차에 결혼과 죽음을 겪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진 PD는 “OTT가 나온 후 호흡이 빨라지는 트렌드가 있어, 우리도 사극이지만 그에 맞게 연출하고자 했다. 3040 시청 층을 겨냥한 젊은 느낌의 사극”이라고 소개했다.



“임지연 연기력에 매번 감탄”



빠른 전개가 가능했던 건 극을 이끄는 주연배우의 역할이 컸다. 임지연은 아버지와 함께 탈출하는 것이 꿈인 노비 구덕이부터 시동생을 결혼시키는 집안의 가장 옥태영의 모습까지 소화했다. 장사꾼으로 시작해 외지부가 되는 직업의 변천사도 연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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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옥씨부인전'의 주연배우 임지연은 노비로 태어나 양반가 며느리가 되기까지 한 여인의 일대기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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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PD는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주인공의 서사를 소화할 수 있는 얼굴로 임지연만이 떠올랐다. 구덕이가 옥태영으로 사는 삶을 많은 시청자가 응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임지연의 연기력에서 나오는 설득력”이라고 호평했다. “현장에서도 철저한 준비성에서 비롯한 연기력에 감탄했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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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추영우와 그의 동생 차정우(본명 추정우)는 JTBC '옥씨부인전'에서 1인 2역을 함께 연기하고 있다. 사진 JTBC 드라마 보야지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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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겸 역과 천승휘 역으로 1인 2역을 소화하는 추영우에 대해서는 “눈여겨보고 있던 친구였다. 임지연을 메인 캐스팅을 놓고, 남자 주인공에 새로운 얼굴을 넣고 싶었는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인 2역 촬영 과정엔 추영우 친동생이자 배우로도 활동하는 차정우가 도움을 줬다. 진 PD는 “보통의 1인 2역이었다면 크게 소통이 없었을 수도 있는데, 형제가 1인 2역을 하니 집에서부터 합을 잘 맞춰오더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CG를 입히는 것에 있어서도 좀 더 수월했다. 재능 있는 친구들을 새로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칭찬했다.

회차 점을 돈 ‘옥씨부인전’은 26일 16부작으로 막을 내린다. 진 PD는 “1화에서 잡혀가는 옥태영의 장면과 연결되는 이야기가 계속될 것이다. 순탄하지 않은 그의 삶을 함께 응원해 달라. 거창한 의미를 찾기보다는, 웃고 울면서 힐링하고 치유받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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