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조문객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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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 수습이 늦어져 무안국제공항 내 설치된 분향소가 사실상 조문객을 맞는 빈소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희생자의 친인척과 지인들은 장례식장 대신 공항 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만나 슬픔을 애도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낮 공항 1층 합동분향소를 찾은 정모(74)씨 내외는 10년 전 여행사 사장과 고객 관계로 만나 인연을 맺은 희생자 A씨(77)의 위패 앞에 국화꽃을 내려놓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광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던 A씨는 딸(51), 사촌 동생(70), 여행객 13명과 함께 이번 참사로 희생됐다.
정씨는 “혹시 현지 음식이 입맛에 안 맞는 고객이 있을까봐 여행을 다닐 때마다 밥솥을 가지고 다니며 손수 밥을 지어줬던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퇴 이후에 사회 친구로 만나 2주에 한 번 국내 걷기 명소를 찾아다니던 여행 모임 친구들이 한날한시에 떠나니 살아남은 내가 죄인이 된 느낌”이라고 침통해 했다.
미처 빈소를 차리지 못한 유족들은 친척, 지인들이 분향과 헌화를 하고 분향소를 빠져나오면 “장례식장 가면 오지, 왜 멀리서 여기까지 왔느냐” “고맙다”며 희생자를 기억하고 서로 위로했다.
본인과 아내, 딸(15)·아들(14)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전남대병원 김모(47) 교수의 동료들도 빈소 대신 분향소를 찾았다. 김 교수의 시신은 화순전남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지만, 아내, 자녀들과 함께 합동 장례를 치를 계획이라 조문객을 받지 않고 있어서다. 김 교수와 함께 일했던 간호사 B씨(60대)는“동료를 잃어 참담하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광주에서 공항으로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남대병원은 광주 학동 병원과 화순 병원 1층 로비에 애도 분위기를 조성했다.
제주항공 참사로 전남 화순군 공직자 4명이 희생된 가운데 지난달 31일 희생자가 근무하던 책상에 직장동료들의 추모글과 조화가 올려져 있다. 사진 화순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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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청 전·현직 공무원 8명 등 군민 13명이 숨진 화순군 종합문화센터 분향소엔 ‘마음 깊이 애도합니다’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군청 공무원들이 분향소를 지키는 가운데 희생된 군청 공무원들과 C씨(43) 삼부자(18세 장남, 16세 차남) 등 위패가 놓였다.
C씨 가족과 연이 있다는 D씨는 “장남이 이번 대학입시에서 인하대에 합격해 ‘시험도 다 봤으니 저 이번에 해외여행 한 번 가볼래요’ 해서 삼부자가 기념으로 여행을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청 공무원들도 해외, 국내 여행 같이 다니는 모임이었는데, 이 중 한 명이 이번에 빠졌다가 살아남아 분향조차 못 할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3일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희생자 179명 중 42명의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DNA 신원 확인은 133명까지 완료됐다. 유족들은 4일까지 예정된 국가애도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날 철회하고 분향소를 49재(齋)인 다음 달 15일까지 유지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지난 1일 전남 화순군 군민종합센터에 차려진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 노년 부부가 헌화하고 있다. 군민 13명이 숨진 화순군은 광주(81명), 목포(14명)에 이어 희생자가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이수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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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손성배·이수민·이찬규·노유림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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