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의 잔해가 놓여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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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와 동일 기종을 운행해본 파일럿 출신 유튜버가 사고 이유를 둘러싸고 제기된 여러 의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 문제를 지적했다.
10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재테크 읽어주는 파일럿’의 A씨는 지난 2일 ‘무안공항 동체착륙은 최고였지만 결국 이것이 문제였다’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많은 의혹들, 조종사를 향한 비난들이 일고 있어서 진실을 알려야 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사고 난 여객기인 보잉 737-800 기종의 기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나도 비행시간 7000시간 정도 된다. 사고 난 기장이 6700시간 정도 되더라. 비슷한 시기에 기장이 됐고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을 운행해 상황이 이해된다”고 했다.
먼저 사고 여객기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 관련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1차 활주로 접근 시 내려온 랜딩기어가 2차 접근 시 내려오지 않은 것에 대해 ‘랜딩기어를 안 내린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A씨는 “사고 비행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양쪽에서 화염이 터지고 있다. 양쪽 엔진이 다 나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비행기의 랜딩 기어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했다.
사고 여객기는 매뉴얼에 따라 ‘기어 익스텐션’, 즉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 수도 있다고 한다. A씨는 “랜딩기어가 안 나올 때 하는 절차인데 5분 이상 걸린다”며 “비행기는 메이데이 선언하고 땅에 닿기까지 2분 채 걸리지 않았다. 이걸 당겨도 2분 이상 걸리는데 선회하는 도중엔 더 걸린다. 매뉴얼 기어 익스텐션할 시간도 없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장은 엔진 2개가 나간 비행기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엔진 2개가 나가면 유압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조종간이 굉장히 뻑뻑해진다. 잡아당기기 힘들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부기장도 같이 잡고 돌렸을 것”이라며 ”매뉴얼 기어 익스텐션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더 중요한 게 활주로에 내리는 거다. 활주로 쪽으로 기체를 틀지 못했다면 기어가 나와 있어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며 “기장이 고어라운드(복행)를 한 이유는 처음엔 엔진이 하나만 나갔을 거다. 2개가 모두 나갔다면 바로 내렸을 것인데 처음 하나만 나가서 조치한 뒤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반대편 엔진도 나간 걸 인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륙 준비 중인 제주항공 비행기의 랜딩기어가 내려와 있는 모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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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역추진 장치인 리버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문도 있다.
A씨는 “우리가 착륙하고 나면 ‘쿵’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리는데 그걸 리버서라고 한다. 차로 말하면 액셀 같은 스로틀(Throttle·엔진 추력 조절 장치) 파워를 최대한 줄인 뒤 리버서를 뒤로 당기게 돼 있다. 그러면 엔진에 역추진이 걸리면서 항공기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며 “기장이 착륙할 때 리버서를 사용했지만 엔진 2개가 나가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반대편 활주로 중간에 착륙을 시도한 것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가장 가까운 활주로인 우측으로 돌아서 착륙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두 엔진이 나가면 무조건 활주로 방향으로 틀도록 하고 있다. 어떻게든 상공에만 내리면 미끄러지면서 산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며 “가장 빠르게 활주로를 향해 선회한 것은 당연히 잘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활주하는 거리가 부족한 부분은 하나의 아쉬운 점일 뿐이지 참사로 이어지는 주된 요인이 아니다”라며 “콘크리트 둔덕이 없는 상태에서 쭉 미끄러져 갔으면 충분히 감속할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콘크리트 둔덕 때문이지 활주로에서 터치 다운한 게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왜 바다에 착륙을 시도하지 않았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바다에 동체 착륙했던 경우 생존 확률은 20%고, 활주로에 동체착륙 하면 90%”라며 “바다로 가는 건 굉장히 무모한 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종사는 최고의 동체 착륙을 실시했다. 제가 봤을 때 기체에 손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동체 착륙을 했다”고 했다.
A씨는 ‘콘크리트 둔덕’을 문제 삼았다. 그는 “기장과 부기장은 충돌 직전까지 리버서를 당기고 끝까지 비행기를 놓지 않고 세우려고 했다”며 “조종사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면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다. 이건 KTX가 와서 부딪혀도 폭발할 정도다. 전 세계 어딜 봐도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한 곳은 없다.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공항들의 구조물은 전부 부수고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내 공항에 ‘이마스(EMAS)’가 설치되지 않은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이마스는 충격을 받으면 부서지는 발포 콘크리트로,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면 콘크리트가 수수깡처럼 부서지면서 동체를 멈춰 세우는 방식이다.
그는 “해외(공항)에는 이마스가 많다. 감속하는 데 굉장히 도움 된다. 그러나 이마스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한 번 사용해서 부서지면 다시 깔아야 한다”며 “하지만 사람 생명보다 중요한 게 없다. 콘크리트 둔덕을 없애고 이마스를 설치하면 랜딩 기어가 안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감속시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A씨는 “지금 (비난) 여론이 죽어서 말이 없는 조종사에게 향하고 있다”며 “조종사의 랜딩은 굉장히 나이스했다. 콘크리트 벽을 세운 책임자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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