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36GB(기가바이트) HBM3E(5세대 HBM) 12H(High, 12단 적층) D램./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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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4㎚(나노미터, 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통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 시험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로직 다이의 최종 성능 검증을 마친 뒤, 이를 통해 개발한 HBM4를 고객사에 전달해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삼성전자는 올해 HBM4에 앞선 공정을 대거 투입해 반격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는 최근 HBM4의 로직 다이 설계를 마치고 4㎚ 파운드리 라인에 설계도를 전달해 생산을 개시했다. 로직 다이는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의 가장 밑단에 배치되는 핵심 부품으로 겹겹이 적층된 D램을 제어하는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HBM3E(5세대 HBM) 시장까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내준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을 적용해 HBM4의 성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HBM4부터는 D램을 단순히 이어붙인 뒤, 고객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과 연결하던 기존 HBM3E와 달리 HBM 최하단에 탑재되는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 고객사가 요청하는 설계 자산(IP)과 응용처에 최적화된 형태의 맞춤형 HBM 제작도 가능하다. 자체 파운드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SK하이닉스는 TSMC의 5㎚ 공정을 통해 로직 다이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HBM의 성능뿐만 아니라 전력 효율까지 개선하기 위해 보다 진보된 4㎚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발열 문제는 HBM 최대의 적이라고 불릴 만큼 통제가 쉽지 않다”며 “발열이 가장 심하게 발생하는 곳이 로직 다이인데, 성능과 전력 효율 등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삼성전자가 4㎚ 공정을 대대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더 이상 메모리 사업에서 이전처럼 경쟁사와 초격차를 벌릴 만한 강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파운드리 공정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만큼 발 빠르게 로직 다이를 제조해 고객사의 요청사항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로직 다이 외에 HBM에 적층되는 일반 D램에도 10㎚급 6세대(c) D램 칩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10㎚ 5세대(b) D램을 적용한다. 통상 10㎚급 D램 공정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첨단 공정이 적용돼 크기는 줄어들고 성능과 전력 효율은 좋아진다.
삼성전자는 HBM4 16단 제품 적층에도 새로운 공법인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칩을 연결하던 ‘범프’ 없이 구리를 통해 칩을 쌓아, 칩 사이즈를 줄이면서 성능까지 높일 수 있는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12단 HBM 제품까지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인 ‘첨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NCF) 기술을 활용해 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정에서 진행 속도가 빠른 상황”이라며 “기존 세대에서 경쟁사에 뒤진 만큼 HBM4에서는 일정을 앞당겨 고객사 샘플 테스트 및 개선사항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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