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해제 되자 “방송 보고 알았다 하자”...軍지휘부 말 맞춘 정황

박안수·곽종근 구속 기소

尹 “문 부수고라도 들어가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3일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각각 중앙지역군사법원에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되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포고령(제1호)을 건네받아 직접 서명하고 오후 11시 23분쯤 발령했다.

포고령에는 국회·지방의회·정당 등의 활동을 금지하고,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수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헌법상 입법권이 있는 국회의 기능을 사실상 폐지하고, 영장주의를 배제한 포고령이 위헌·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박 총장은 계엄사령부를 구성하기 위해 충남 계룡시의 육군본부 소속 참모 30여 명에게 서울 용산의 합동참모본부로 이동하라고 지시하고, 합참 소속 군인들을 즉시 소집하라는 명령도 했다.

또한 박 총장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의 지시나 요청을 받고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국회 투입 경찰 인력을 늘리고 외부인 출입을 차단해달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전사령부 소속 707특수임무단 병력을 태운 헬기가 국회로 올 수 있도록 비행 승인도 해 줬다.

곽 전 사령관은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1일에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 봉쇄 및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 저지, 선관위 점거와 서버 및 선거조작 장비 선점을 지시받았다. 이에 예하부대에 출동 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한 후, 지난달 3일 계엄이 선포된 후 707특수임무단(197명), 1공수특전여단(269명)을 국회에 출동시켰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달 4일 오전 0시 20분부터 오전 1시까지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이상현 1공수특전여단장 등에게 “건물 유리창을 깨고서라도 국회 본관 안으로 진입하라” “국회의원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 “대통령님 지시다,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수차례 지시했다.

이에 김 단장은 병력 15명과 함께 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국회의사당 내부로 들어갔고, 이 여단장도 병력 38명이 국회 후문을 강제로 열고 침투하도록 지시했다.

곽 전 사령관은 3공수특전여단 321명과 9공수특전여단 188명의 선관위 과천·관악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 투입도 지시했다.

한편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약 2개월 전에 이미 비상계엄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곽 전 사령관은 작년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 후 대통령 관저에서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과 함께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대권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날 검찰은 지난달 4일 비상계엄이 해제되자 계엄군 지휘부가 증거를 없애고 말을 맞춘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확보한 특수전사령부 한 간부의 메모를 보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해제를 발표하자 여 전 사령관이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몰랐다. 당일 방송을 보고 알았다(로 하자)”고 했고, “통화기록과 문자를 지워라”고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작성자는 이를 “계엄 사태 직후 여 전 사령관·이 전 사령관·곽 전 사령관의 유튜브 인터뷰와 언론 답변이 동일한 이유?“라고 적었다. ”결국 (지난달 10일) 국회 국방위 출석 시 지난달 1일에 국회 등 6개 목표를 (김용현) 장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실토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당시 다급했던 정황도 메모에 나왔다. 작성자는 “(곽 전 사령관이) 국방부 장관과 수시(자주) 보안폰 전화”하며 “(병력) 조기 투입을 계속 독촉”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곽 전 사령관에게 “문 부수고라도 들어가라!”고 했고, 이에 다급해진 곽 전 사령관이 “유리창이라도 깨고 들어가라!”고 지시하고, “전기 끊으면 안 되나?”며 물었다는 내용도 적었다.

지금까지 비상계엄 사태로 구속 기소된 피의자(피고인)는 이날 박 총장과 곽 전 사령관을 포함해 총 5명이다. 지난달 27일에 김 전 장관이, 31일에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이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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