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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툭하면 짜증, 성적 뚝 아이…사춘기인 줄 알았는데 부모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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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식욕·집중력 저하 등 우울증 경고 증상

불면증, 식욕·집중력 저하 등 우울증 경고 증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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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녀가 평상시와 달리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쉽게 짜증을 낸다면 소아 우울증일 수 있어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소아 우울증은 말 그대로 소아·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이다. 대부분 학업 스트레스나 또래·가족 관계 같은 환경적인 요인으로 야기되며 유전적 요인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소아 우울증 환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11세 아동의 우울증 진료 건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92% 증가했다. 청소년(12~17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진료 건수가 5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과 비슷하게 식욕 저하, 불면증, 집중력 저하를 야기한다. 이전에 즐겨 하던 활동에 흥미나 의욕이 사라지며 우울감 대신 짜증, 예민함을 보이기도 한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김재원 교수는 “성인과 달리 소아 우울증은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품행 장애, 불안 장애을 동반할 수 있어 체계적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간혹 사춘기와 우울증 증상을 혼동하는 부모도 있다. 사춘기 때 흔히 발생하는 감정 기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울증에 의한 감정 변화는 지속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며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다. 김 교수는 “사춘기와 우울증을 구분하려면 아이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며 “가령 초등학생 때까지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중학생 때부터 갑자기 학업에 부진할 경우 소아 우울증에 동반된 집중력 저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아 우울증은 방치하면 성인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성 우울증으로 악화할 수 있어 제때 올바른 치료가 필요하다. CDRS-R(소아·청소년 우울증 중증도 평가 도구) 평가 결과 40점 미만의 경증이면 심리 치료를 우선 진행하고 40점 이상의 중등도 상태면 항우울제 치료를 한다. 일부 학부모는 우울제를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자녀가 자살 충동을 겪을까 봐 우려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울제 장기 복용으로 인한 자살 생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는다”며 “항우울제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소아·청소년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조절하는 능력이 미숙한 경우가 많아 놀이 치료나 정서 조절 훈련을 병행하기도 한다. 치료에 동참하는 보호자 역할이 중요해 가족 치료가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

치료 못지않게 예방도 중요한 법이다. 소아 우울증의 가장 중요한 예방 수칙은 마음과 몸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건전한 신체 활동을 통해 휴식할 수 있는 시간·공간을 마련하는 게 그중 하나다. 정기적인 선별 검사도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만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 1회 우울증 선별 검사를 권장한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정서 행동 특성검사가 시행되는데 이로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정에서도 우울 검사(PHQ-9) 같은 평가 도구를 통해 매년 정기 검사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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