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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김성탁의 뉴스터치] “보수가 보수 시대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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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성탁 논설위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때 일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가결 요건을 재적 과반인 151석으로 정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으로 몰려가 항의했다. 팔을 흔들며 ‘원천 무효’ ‘직권 남용’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런 장면은 TV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까지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여당은 탄핵소추에 대통령과 같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느 쪽이 맞는지 논란이었다. 그런데도 항의 장면이 생중계되는 유튜브 댓글 창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실시간 채팅창에 ‘온천 무료, 식권 라면, 기권 라면, 취권 남요?’ 같은 단어가 속속 올라온 것. 실제 구호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이렇게 들린다며 여당 의원들의 행동을 비꼰 것이다. 댓글 창에는 보통 지지 정당별로 상반된 주장이 교차하는데, 많은 이들이 조롱하는 바람에 여당 옹호 의견은 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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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처지는 국민의힘이 자초했다. 위험한 계엄 선포에도 여당 의원 대다수가 계엄 해제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인의 트라우마인 계엄을 관에서 끄집어낸 윤석열 대통령의 편을 들며 별별 논리를 들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까지 치솟는 등의 경제 위기를 막으려 헌법재판관 임명을 결단했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할 일을 외면하자 경제 관료가 나선 것이다. 조기 대선의 유불리를 따져 탄핵심판 지연을 꾀한 여당,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대통령 지키기에 몰두하는 참모,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따진 고위직들은 ‘보수가 스스로 보수 시대를 끝냈다’(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탄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김성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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