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제한 없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아이와 저녁 더 보내 행복”

[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 낳게 하는 일터] 케이잡스

취업 교육 및 컨설팅, 직업 상담 회사 ‘K·Jobs’(케이잡스)에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직원이 없다고 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의 양육을 위해 주당 근로시간을 15~35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는 법정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 사용 기간이 1년(육아휴직 미사용 시 최대 2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근로 단축 기간이 끝나면 일·가정 병행에 어려움을 겪는 워킹맘과 워킹대디가 많다.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케이잡스 본사에서 직원들이 자녀들과 함께 웃고 있다. 직원 80명의 중소기업인 케이잡스는 기간 제한 없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한 휴가 사용 등 가족 친화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김지호 기자

케이잡스는 이 제도의 법정 사용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자녀의 나이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라면 기간 제한 없이 주당 근로시간을 15~35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경영전략기획부에서 회계재무를 총괄하는 김정은(41) 이사는 작년 8월부터 오후 4시에 퇴근해 다섯 살 아들의 유치원 하원을 챙기고 있다. 작년 7월 법으로 보장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이 끝나 오후 5시에 퇴근해야 하지만, 회사 제도로 근로시간 단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워킹맘이다보니 아이가 늦게 하원해야 하고,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 항상 미안한데, 회사 제도를 통해 하원을 직접 챙기면서 조금이라도 더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 회사의 전남 순천지사에서 일하는 서수정(34) 팀장도 2022~2023년 법으로 보장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모두 사용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단축 근무를 사용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아이의 적응을 도왔다. 서씨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 끝나면 일하며 아이들을 챙기기 어려울 것 같아 퇴사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퇴사를 한 이후 다시 직장을 가질 수 있을지 등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서씨는 “회사로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더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기뻤다”며 “덕분에 일과 육아 병행 부담이 크게 줄었고, 아이 돌보미를 구하지 않아도 돼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14년에 설립된 케이잡스는 직원 80명의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가족 친화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직원들이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직원의 행복이 회사 성장의 촉진제’라는 경영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두 자녀를 둔 김우진 케이잡스 대표는 잠을 줄여가며 일과 육아를 병행한 ‘워킹맘 선배’다. 워킹맘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김 대표는 전체 직원의 80%를 차지하는 여성 직원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육아 병행의 부담을 회사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케이잡스 직원들이 만족해하는 또 다른 가족 친화 제도는 유연한 휴가 제도다. 상당수 기업에서는 휴가가 연차와 반차(4시간)로 돼 있다. 케이잡스도 직원들이 연차나 반차만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경우 육아를 위해 잠깐 시간을 내야 할 때도 반차나 연차를 써야 해 아깝다는 의견이 나왔다. 회사는 이를 수용해 작년 4월부터 반반차(2시간) 휴가를 새로 만들었다. 나아가 개인 연차를 모두 소진한 직원에게는 3일 유급 연차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8세 딸과 4세 아들을 키우는 오태우(44) 미래전략사업부 본부장은 “부모가 되어 보니 초등학교나 어린이집 학부모 상담 및 참관 수업, 아이 병원 진료 등을 위해 조금 늦게 출근하거나 조금 일찍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 많더라”며 “그때마다 황금 같은 연차나 반차를 사용하게 되면 정말 아까운데, 반반차로 휴가도 아끼고 육아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케이잡스에는 숙박 앱 ‘여기어때’와 제휴를 맺고 직원들이 최대 19% 할인된 가격으로 숙소를 이용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또 직원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문화 생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회사 자체 복지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케이잡스 관계자는 “직원들이 가족과 더 많이 놀러 가고,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같은 복지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명절 휴일 시작 전날엔 2~6시간 일찍 퇴근하는 사내 문화도 형성돼 있다.

케이잡스는 현재 운영 중인 가족 친화 제도에 더해 육아휴직 유급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법정 육아휴직 급여는 월 최대 250만원으로, 정부가 고용보험 기금으로 지급한다. 회사가 따로 월급을 주지 않는다. 이때 육아휴직 급여가 기존에 받던 월급보다 적을 수 있는데, 케이잡스는 이 부족분만큼을 지급해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장기 근속자와 우수 직원, 가족 돌봄 필요 직원 등을 대상으로 최소 1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안식년을 가지는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케이잡스 관계자는 “이 기간 동안 직원들이 가족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안식년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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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저출생 완화를 위해 일·가정 양립과 남녀 고용 평등에 앞장선 기업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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