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을 추모하는 국화꽃 (무안=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인근에 한 추모객이 남긴 국화꽃 뒤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2025.1.1 superdoo82@yna.co.kr/2025-01-01 16:1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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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탑승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무안공항 참사 후 자원봉사자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나 그 유족과 일면식도 없지만 그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심정에 전국 곳곳에서 무안공항으로 달려간 시민이 새해 첫날인 그제 하루만 15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족들에게 따뜻한 커피 등 음료수를 건네고 밥을 지어 배달까지 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가운데 이런 시민들의 선행이 우리에게 한 줄기 희망을 선사한다.
전남 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무안공항 자원봉사 신청은 전화나 온라인으로는 안 되고 오직 현장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도 하루 평균 1000명 넘게 신청자가 몰린다고 하니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봉사자들은 대부분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어서”, “지금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될 때라서” 같은 이유를 들었다. 특히 요식업 종사자들은 “그저 뜨거운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발휘돼 온 한민족 특유의 국난 극복 유전자(DNA)를 이번에 새삼 확인하는 듯해 마음이 벅차고 든든하다.
하지만 일각에는 이번 참사를 ‘특정 정치 세력의 자작극’이라거나 ‘북한의 대남 공작’이라고 단정하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이들이 있다. 온라인의 참사 관련 기사에는 ‘유족이 보상금을 타려고 안달’이라는 식의 악성 댓글도 달렸다. 심지어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는 희생자의 아들인 20대 의대생이 현재 의사 국가고시를 준비 중이라는 점을 들어 “자식이 죄인인데 벌은 부모가 받았네”라고 조롱하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국시 보이콧을 주장하는 이의 소행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 아닌가.
유족들이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안에 대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위로를 받아도 모자랄 참사 피해자들을 되레 모독하는 언행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22년 이태원 참사 때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등 우리 사회의 고질이 되었다. 경찰 등 관계 기관은 역량을 총동원해 가해자들을 추적하고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만큼은 참사 피해자들이 2차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악습을 반드시 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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