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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만물상] “대박 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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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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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덕담으로 “복 받으세요” “건강하세요”만큼 “대박 나세요”가 많이 들린다. ‘대박’ 신년 덕담이 등장한 것은 2002년부터다. 2001년 연말, 낯설지만 강렬한 광고가 TV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눈 내리는 마을을 배경으로 산타클로스 복장의 여배우가 연신 “부~자 되세요”를 외치는 신용카드 광고였다. 사람의 원초적 욕망을 꿰뚫는 광고 문구가 대유행하면서, 신년 덕담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뛰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졌다. 주요 투자 자산 중 최고 수익률은 비트코인(136%)이 차지했다. 2023년(154%)에 이어 2년 연속 대박을 터트렸다. 2위는 금(42%), 3위는 미국 주식(25%), 4위는 일본 주식(19%)이었다. 한국 주식(코스피)은 -10%로 꼴찌를 차지했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란 말이 나올 만했다.

▶개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대거 ‘계좌 이민’을 떠났다. 작년 한 해 서학개미들은 600억달러 이상을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 서학개미의 공격적 투자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테슬라 주가 상승폭의 2배 수익을 노리는 ETF(TSLL)는 총자산 34억달러 중 60%가 한국 서학개미들이 투자한 것이다. 양자컴퓨터 대표주 아이온큐의 지분 33%를 한국 서학개미들이 보유 중이다.

▶지나고 보면 늘 엉터리지만, 올해도 여기저기서 유망 투자 종목을 추천한다. 투자 업계에선 지난해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군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의 ‘M7′에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브로드컴을 더해 ‘배트맨(BATMMAAN)’이란 영업용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025년 예측’에서 비트코인이 20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저점(7.7배)이라는 점을 근거로, 올해는 국장 투자를 권하는 전문가도 있다. 거품론이 나오는 미국 주식을 팔고, 원화로 바꿔 환차익까지 실현한 뒤, 저평가 한국 주식을 사라는 것이다.

▶곳곳이 지뢰밭인 투자 세계의 앞날을 누가 알겠나. 대가들의 조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워런 버핏은 “투자 원칙 첫째는 돈을 잃지 말라, 둘째는 첫째 원칙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인덱스 펀드를 창안한 존 보글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개별 기업)을 찾느니 건초 더미(지수)를 통째로 사는 게 낫다”고 했다. ‘대박’ 욕구는 폭망을 부를 수 있다. ‘소박’에 만족하는 게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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