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탄방어로 '尹 체포 저지'…드러눕고, 연행되고 '아수라장' (종합)

尹 지지자들, 대통령 관저 길목 막고 시위
경찰, 불법집회 참가자 2명 현행범 체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할 경우 몸으로 막겠다며 도로 위에 누워있다. /남윤호 기

[더팩트ㅣ이다빈, 조성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2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불법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도로를 점거하고 거리에 드러누우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경찰은 결국 경고 방송 이후 강제해산에 나서 2명을 연행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이날 오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9시 관저 인근 국제루터교회 앞에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 5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운집했다. 이들은 '부정선거 아웃(OUT), 입법 독재', '내란수괴 이재명 체포하라'라고 적힌 양면 피켓을 들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전날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우자'라는 독려 메시지를 보내면서 더 많은 이들이 모였다. 이들은 꽹과리를 치며 연신 "윤석열", "탄핵 무효", "계엄 합법",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를 연호했다.

"이재명을 체포하라, 문재인을 처형하라", "이재명 감방", "한동훈 밟아" 등 구호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검은색 모자를 쓰고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한 남성은 인근 건물 앞 입구에 담요를 깔고 누웠다.

오전 10시30분께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공수처와 경찰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출발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더욱 날을 세웠다. 이들은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로 향하는 골목을 막아섰다.

일부는 다급한 목소리로 "우리가 막아야 한다", "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소리쳤다. 경찰을 향해 "경찰이 안 막으면 우리는 여기서 죽을 것이다", "경찰은 모든 차를 막아라", "대통령 체포는 말도 안 된다", "육탄방어 할 것이다" 등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경찰은 골목에 선 이들에게 길이 막혔으니 안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가수 김흥국도 집회에 참석해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우리가 조금 더 힘을 합치고 뭉치면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다"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다 잘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사라고 밝힌 유구희(62) 씨는 "우리나라를 살려야 하고, 우리 다음 세대한데 공산주의를 물려줄 수 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칼을 빼고 너무 잘하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으로 알려진 2일 오후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영무 기자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내란정범 국힘당을 해산하라', '윤석열을 파면하고 구속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도 들었다. 일부는 "윤석열 잡아서 내려온다"고 외쳤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도 오후 2시 관저 인근 볼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비상행동은 "윤석열은 관저에 은닉한 채 체포영장 발부 이후에도 지지자들에게 지켜달라 호소하고 있다"며 "주권자를 이기는 정치권력은 존재하지 않고 그 끝은 파멸"이라고 비판했다. 비상행동은 오후 7시부터는 지하철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 체포 찬반 시민들의 대치 상황도 발생했다. 곳곳에서 서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고성이 오갔다. 일부가 상대방 집회 장소에 넘어가면서 승강이도 벌어졌으나 경찰의 저지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부터 한남초등학교 앞에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공수처와 경찰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한남초 앞에서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

낮 12시 이후 늘어난 집회 참가자들은 도로를 점거했고, 일부는 한남초 옆 대통령 관저로 향하는 골목을 가로막았다. 경찰은 오후 2시30분께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여러분들은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했다. 집회를 계속할 경우 해산 절차를 실시하고 강제 이동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의 경고 방송에도 이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집회를 이어가더니 30여명은 아예 도로에 드러누웠다. 서로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짠 채 드러눕자 경찰은 재차 해산 명령을 내렸다.

총 5차례에 걸친 경고 방송에도 집회를 이어가자 경찰은 결국 오후 4시35분께 강제해산 절차에 돌입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도로 점거를 풀었다. 이 과정에서 2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200여명은 강제해산 이후에도 골목 입구에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여기는 우리가 지켜야 돼", "여기 먹히면 끝나는 거야"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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