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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영영 볼 수 없다니”… 참았던 눈물 터뜨리며 ‘마지막 배웅’ [제주항공기 무안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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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닷새 만에 첫 발인식 엄수

광주 60대·태국인 40대 희생자 등

오열 속 국화다발 뒤로하고 영면

광주시·전남도, 빈소 146곳 확보

유해봉환 등 장례절차 전반 지원

수습 유류품 200여 점 유족 인도

휴대전화 등은 수사자료로 활용

“이제 영영 볼 수 없다니….”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공항 참사 닷새 만인 2일 희생자의 첫 발인식이 엄수됐다. 이날 광주 서구 한 장례식장에서는 60대 희생자 A씨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이날 발인식에는 유족과 교인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든 손자 뒤에서 검은 상복을 입은 유족들은 운구차까지 가는 길에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세계일보

너무나 힘겨운 작별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공항 참사 닷새 만인 2일 광주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참사 희생자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참사 희생자의 발인식이 엄수된 건 처음이다. 이날까지 희생자 24명이 유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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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의 오열 속에 상주인 아들은 아버지의 관 위에 국화다발을 놓으며 마지막 배웅을 했다. 유족들은 고개를 떨구고 두 손을 꼭 잡은 채 먼 길을 떠나는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남편을 배웅했다. 이날 오후에는 고향을 방문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한 태국인 희생자 B(45)씨와 또 다른 희생자 C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이날까지 24명의 희생자가 유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첫 유해 인도가 이뤄진 지난달 30일 4명을 시작으로 31일 7명, 이달 1일 13명이 유족 동의와 서류 절차를 걸쳐 빈소로 옮겨졌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광주 23곳, 전남 123곳의 장례식장을 확보했다. 광주에는 조선대병원을 비롯해 기독병원, 보훈병원 등에 이용할 수 있는 안치실과 빈소가 마련돼 있다. 전남에서는 공설인 순천의료원(안치실 10개)을 비롯해 목포 19곳, 여수 9곳, 순천 6곳, 나주 10곳, 광양 5곳, 담양 3곳 등에 장례식장이 준비돼 있다.

세계일보

안타까움 담은 손편지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울타리에 한 시민이 쓴 추모 손편지가 붙어 있다. 무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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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79명에 대한 신원 확인과 1차 시신편(片·시신 부위)의 유전자 감정 결과를 거쳐 유해 인수를 희망하는 유족에게 인도된다. 당국은 전날 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희생자 65명의 DNA 감정 결과를 추가로 통보받았다. 추가 통보받은 자료를 분석·대조한 뒤 이날 순차적으로 유족 의사에 따라 인도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은 유해 봉환부터 장례식장 연계 등 장례 절차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습당국은 이날 60여명의 유해가 유족 품으로 전달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족들이 원한다면 수습되는 유해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등 인도 결정에 필요한 지원도 약속했다. 이날 오전부터는 희생자 유해 상태를 유족이 대략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희생자 신원이 모두 파악됐고 1차적으로 유족 확인이 끝났다. 한 고비는 넘었다. 유해 인도 시점은 유족의 의사에 달렸다. 유족이 수습된 유해와 관련해 궁금한 사안에 대해서는 희생자별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개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탑승한 버스가 유류품을 확인하기 위해 임치 안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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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의 체취가 남아있는 유류품도 이날부터 가족에게 전달된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사고지점에서 수습한 유류품 1000여점 가운데 200여점을 이날부터 유가족들에게 인도하고 있다. 희생자의 인적 사항이 담긴 여권이나 지갑, 가방 등이 대상이다. 경찰은 여권과 가방, 휴대전화 등 식별 가능한 유류품들을 소유자별로 분류했다. 희생자 성명이 적힌 상자에 개인 유류품을 담아 보관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날 버스를 타고 희생자 유류품이 보관된 무안공항 차고지로 향했다. 유족들은 소유자별로 정리된 유류품을 확인하고 인수를 원하는 물품이 있을 경우 회수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전달 과정에서 혼선을 막기 위해 유가족 중에서도 직계만 유류품을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직계가족이 인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후 형제·자매 등 방계가족과 친척, 제3의 인물까지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휴대전화와 태블릿 등 일부 전자기기는 희생자(소유자) 확인을 마친 상태다. 전자기기의 경우 유가족 입회하에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거쳐 참사 발생 원인 분석 등 수사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수습당국은 유류품 추가 수습 작업도 이어나간다. 수습당국은 전날 경찰 37명, 소방 16명의 인력을 투입해 현장의 사고 수습 및 유류품 등에 대한 수색을 했다.

희생자들이 출국 직전 공항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도 3일 중으로 유족에게 인도 절차를 안내할 방침이다.

당국은 유해와 유류품을 찾기 위해 군 공수부대원들과 경찰특공대 등 100여명을 투입했다. 수색은 충돌지점 너머에 있는 가로 300여m, 세로 800여m 면적 공항 유휴부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1∼2m 간격을 두고 일렬로 늘어선 대원들은 호미와 곡괭이를 손에 들고 흙과 마른 잡초를 일일이 헤집으며 수색했다. 한 차례 살핀 지점도 방향을 바꿔가며 여러 차례 수색을 반복했다.

무안=한현묵·김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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