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주요 광물,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물 소비...근로자들도 열 스트레스 급증
호주의 단일 최대 철광석 광산인 로이힐 광산의 모습. 로이힐 광산엔 철광석 약 23억t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는 2020년 기준 글로벌 철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세계 1위 철 생산국인데, 갈수록 무더워지는 날씨가 철광석 채굴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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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글로벌 원자재 공급 문제가 위험 수위에 오르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선 가뭄이 번지며 원자재 채굴에 필수인 물이 태부족 상태이고, 현장 노동자들은 무더워진 날씨 탓에 갈수록 작업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필수 원자재 리스크 현황’이란 보고서에서 “기업들은 리튬·구리·철·아연·알루미늄 등 여섯 가지 주요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데, 이들 원자재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 중단의 위험에 놓여 있다”면서 “기업의 리더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 차질이 예상되는 주요 원자재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사전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
◇리튬, ‘물 먹는 하마’인데...
글로벌 기온 상승이 광물 생산에 충격파를 주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물’이다. 특히 이차전지 등의 핵심 재료인 리튬은 막대한 양의 용수가 필요한 광물로 꼽힌다. 칠레 등에선 소금호수의 물을 증발시켜 리튬을 채취하는 방식을 쓰는데, 리튬 1㎏을 생산하기 위해 약 2000L의 용수가 들어간다. 이 지역에 가뭄이 심해지면 리튬 채굴 자체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우후죽순 지어지는 데이터센터의 배선 등에 활용되는 구리 역시 ‘가뭄 쇼크’에 휘청인다. 구리도 원광석을 분쇄하거나 불순물을 없애고, 장비를 세척하는 데 다량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 생산기업인 칠레의 코델코는 지난해 가뭄으로 인한 용수 부족으로 광산 가동을 수차례 중단했다. 이에 코델코는 지난해 7월 연간 목표 생산량을 기존 135만~145만t에서 131만~135만t으로 줄이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PwC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리튬 1위 생산국인 호주, 3위 생산국인 중국은 2020년을 기준으로 앞뒤 10년 동안 ‘상당한 가뭄 위험’(2010~2030년 사이 4년 동안 심각한 가뭄)은 없었던 편이었다. 그러나 2050년(2040~2060년 사이) 기준으로는 호주의 리튬 생산지의 68%, 중국 리튬 생산지의 70%가 ‘상당한 가뭄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 광물이 몇몇 나라에 편중됐다는 점도 리스크를 키우는 원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자료에 따르면, 리튬·보크사이트(알루미늄)·코발트는 3대 생산국이 전 세계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웃돈다. 가령 리튬은 2021년 기준 호주가 글로벌 생산량의 51.7%를 차지했고, 칠레(26.4%), 중국(13%)이 뒤를 이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리튬의 91%가 단 세 나라에서 나오는 셈이다. 이에 이들 나라에서 가뭄이나 폭염 등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글로벌 도미노 파장이 불가피한 구조다. 국제금융센터는 “지구온난화 심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 국제 원자재 시장 전반의 수급 및 가격에 악영향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며 “특히 광산업은 일부 국가에 대한 생산 의존도가 높아 기상 악화가 집중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땡볕에 쓰러지는 근로자들
생산 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이 기후변화가 초래한 무더위로 감당해야 하는 ‘열 스트레스’도 문제다. 원자재 채굴장은 야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근로자들이 더위에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온열질환자는 열 스트레스 지수(기온·온도·일사량 등이 반영된 온도)가 30도 이상이 되면 급증하기 시작해 32도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해마다 기온이 오르며 전 세계적으로 약 1만9000명의 근로자가 더위에 사망한다는 통계(국제노동기구)도 나와 있다. 이에 근로자들의 노동 생산성이 깎이고, 각종 원자재·농산품 생산에서 인건비가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철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호주의 경우 2050년쯤 철광석 채굴 근로자의 일부에선 최소 50%가량의 노동 생산성 감소가 나타날 것(PwC 보고서)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트럼프 2기, 기후위기 커질까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가파르게 진행된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최근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지난해 1~11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62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인류가 지구 기온을 관측한 이래 가장 더웠던 2023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1.48도 높았는데, 지난해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석유를 계속 시추하자는 뜻의 구호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탈(脫)탄소 기조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임기가 시작되면 글로벌 보호무역 추세가 강해져 에너지 부국들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주요 광물 자원에 대한 ‘자원 쟁탈전’ 포성도 커질 수 있어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근본적 문제부터 푸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벤 처칠 세계기상기구(WMO)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은 “세계 기온이 섭씨 1도씩 오를 때마다 공기 중 습도는 7% 오르는데, 이로 인해 중앙아시아는 가뭄에 시달리고 동아시아는 홍수와 산사태로 고통받게 된다”며 “예측을 넘어서는 피해를 막기 위해선 우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까지 탄소를 줄여 지구를 식히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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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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