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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밥은 먹었니?” 한강 투신하려는 고1 구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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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따라 길 잘못 들어

동호대교서 투신하려는 고등학생 발견

“밥은 먹었냐” 질문도

“‘좋은 의심’하는 사회 되길”

김선유(43)씨는 서울 중구에서 인쇄업을 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1시에도 경기 김포에 있는 인쇄 공장을 가는 길이었다. 그날 따라 잘못된 방향으로 길을 들었다. 김씨는 “이상하게 그날 매일 가던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 있었다”고 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한강 동호대교. 시속 50㎞ 정도로 서행하던 김씨 눈에 롱패딩을 입은 한 남학생 A군이 보였다. 대교 난간 위 한 쪽 다리를 한강쪽으로 둔 채 앉아 있었다. 김씨는 “누가 봐도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바로 차에서 내려 힘으로 일단 끌어 내렸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딱 봐도 앳되어 보이는 얼굴. 추운 날씨에 볼은 빨갛게 달아 올라있었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한강 구경을 했다”는 답이 왔다. “그러기엔 자세가 이상하다”는 질문엔 아무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김씨는 어색한 분위기 속 “밥은 먹었냐” 묻고 이어 “어디서 왔냐” “그 동네 맛있는 분식집이 있지 않느냐” 등의 일상 대화를 나눴다.

이어 신고를 해야겠다 싶었던 김씨는 “내 차에 잠깐 탈래?”라고 물었다. 타지 않겠다는 A군에게 김씨는 손을 잡고 자신의 차 인근으로 데려왔다. 김씨는 119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이후 출동한 경찰에 의해 A군은 인계됐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서울 노원구의 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재학 중이었다. 가정 환경이 좋지 않아 고모가 키우고 있다고 한다. 작년 초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뒤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본지에 “그런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면 사람들이 ‘좋은 의심’을 했으면 바란다”며 “(자살 시도가) 맞을까,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먼저 가서 괜찮으냐고 물어보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일 김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한편 동호대교에서의 자살 시도는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김기덕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호대교에서의 자살 시도는 2018년 7건에서 2023년 40건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살 시도는 총 102건으로, 이 중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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