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추종자 소행… 세력 회복 가능성 우려
트럼프 호텔 앞 사이버트럭 폭발 연루설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1일 픽업트럭이 새해 맞이 인파 속으로 돌진해 수십 명을 죽거나 다치게 만든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번화가 프렌치쿼터 버번스트리트 사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올리언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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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남부와 서부 대도시에서 몇 시간 간격으로 출현한 트럭 두 대가 미국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낳은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 중심가 차량 돌진 사건은 용의자가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트럭 폭발도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수사 당국 판단이다. 미국 내 IS 테러 본격화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IS 깃발 소지 퇴역 군인
미국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미 중부시간 1일(현지시간) 오전 3시 15분쯤 뉴올리언스 번화가인 프렌치쿼터 버번스트리트에 새해 맞이를 위해 모인 인파 속으로 갑자기 포드 픽업트럭 한 대가 돌진했다. 이 사건으로 현재까지 최소 15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뒤 달아나다 사살됐다. 그 과정에서 경찰관 두 명도 총에 맞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수사국(FBI)은 “범인은 42세의 샴수드 딘 자바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 전 텍사스주에서 온 자바르는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이며 퇴역한 미군으로 파악됐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그는 2007~2015년 미 육군에서 인사관리 및 정보기술(IT) 전문가로 복무했고, 2009년부터 근 1년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기도 했다.
수사 당국은 해당 사건을 '목적이 있는 테러'로 규정하고 테러 조직과 관련이 있는지, 공범은 없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정황이 근거다. 사건에 사용된 차량에서 IS 깃발이 발견됐다. 또 자바르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 몇 개의 영상물을 녹화했는데, 거기에서 자신이 IS에 가입했으며 왜 그랬는지를 밝혔다고 CNN이 사법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자바르는 예비역을 포함해 약 10년간 미 육군에서 복무한 뒤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시리아 정권 무너지자마자
1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차량 돌진 사건 용의자 샴수드 딘 자바르. 자바르는 현장에서 경찰과의 총격전 뒤 사살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사건 당일 공개한 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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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가 이번 범행의 배후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연관성은 명확해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용의자가 ISIS(미국식 IS 명칭)로부터 영감을 받았음을 드러내는 영상을 범행 몇 시간 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를 FBI로부터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해당 영상에서 살해 의지도 피력했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전했다.
차량 돌진이 IS 테러의 특징적 수법이기도 하다. 2016년 프랑스 니스와 2017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각각 IS 추종자가 트럭을 몰고 군중과 자전거 전용도로를 덮쳐 사상자를 발생시킨 적이 있다.
시기도 공교롭다. 2014년 국가 수립 선포 뒤 한때 이라크·시리아 영토 3분의 1을 장악하기도 했던 수니파 계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IS는 2019년 미군,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 이라크군에 의해 궤멸됐다. 그러나 2023년 10월 터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중동이 혼란에 빠진 틈을 노려 회복을 꾀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면서 IS 재건 우려가 커졌다.
브루스 호프먼 미국외교협회(CFR) 대(對)테러 부문 선임연구원은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이번 사건은) 지난 10년간 서방의 IS 해체 노력에도 IS가 여전히 미국에서 추종자를 급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 출몰이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도 지난해 4월 한 연설에서 “중동 전쟁으로 미국 내 테러 위협이 새로운 차원으로 커졌다”고 우려했다.
“두 트럭 모두 ‘투로’서 렌트”
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라스베이거스 앞에 주차돼 있던 테슬라 사이버트럭에서 폭발로 인한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다. 소셜미디어 동영상에서 캡처된 사진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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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이 조직적 테러일 개연성도 있다. FBI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이) 단독 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이날 뉴올리언스 사건 후 약 7시간 뒤인 서부시간 오전 8시 40분쯤 라스베이거스 트럼프호텔 앞에 주차된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폭발해 운전자가 사망하고 근처에 있던 7명이 다친 사건도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밝힐 게 없다”면서도 두 사건 간 연관성이 있는지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에 “해당 사이버트럭과 뉴올리언스의 F-150 픽업트럭 자살폭탄은 모두 ‘투로’(Turo·개인 차량 소유자가 임대자와 1대1로 연결해 차량을 임대하는 사이트)를 통해 빌린 차”라며 “렌트된 차량 적재함의 폭죽이나 폭탄에 의해 폭발이 발생했다. 테러 같다”고 적었다.
최근 사제 폭발물이 한곳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일도 심상찮은 징후다. 이날 AP에 따르면 FBI는 지난달 불법 총기·무기류 소유 혐의로 체포된 버지니아주의 한 남성 집에서 사제 폭발물 150점을 수거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FBI 역대 최대 규모의 사제 폭발물 압수”라고 기록했다.
이번 사건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튈 가능성도 있다. 20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내가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범죄자들이 미국 내 범죄자들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했을 때 민주당과 가짜 언론들은 이를 반박했지만 사실로 드러났다”고 썼다. 뉴올리언스 사건의 경우 용의자가 이민자가 아닌 미국 태생으로 밝혀졌지만, 범행의 IS 연계성이 강경한 트럼프식 반(反)이민 추방 정책 빌미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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