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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수온 상승으로 연어가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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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1월1일 울산 태화강 상류 구영교 인근에서 포획된 연어. 울주군 제공


울산 태화강으로 돌아오는 연어가 크게 줄었다.



최근 수온이 오르면서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태화강 생태 복원의 상징으로 여겨진 연어가 기후변화 ‘경고’를 보내는 모양새다.



1일 태화강생태관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10월11일부터 12월6일까지 태화강 상류인 울주군 범서읍 구영교 인근(동해안 울산만에서 약 20㎞ 지점)에서 잡힌 연어는 모두 37마리다.



태화강생태관은 해마다 포획장을 설치해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오는 연어를 잡아 알을 채취하고, 어린 연어를 부화시켜 이듬해 바다로 보낸다. 일반적으로 연어가 태화강으로 돌아오는 시기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집중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11월1일에야 처음 발견됐다. 태화강생태관은 애초 11월 말까지였던 포획장 운영기간까지 늘려 연어를 기다렸지만, 12월 들어서는 완전 ‘빈손’이었다. 2023년에도 태화강으로 돌아온 연어는 45마리뿐이었다. 두해 연속 두자릿수에 그친데다 그마저도 더 줄어든 것이다.



태화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는 2009년 614마리, 2010년 716마리, 2011년 271마리, 2012년 592마리 등으로 꾸준히 세자릿수를 유지했다. 특히 2013년 1788마리, 2014년 1827마리로 1천마리를 넘으며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2015년 587마리, 2016년 123마리, 2017년 143마리, 2018년 269마리, 2019년 162마리로 줄었다. 2020년 885마리로 반짝 증가했지만 2021년 136마리, 2022년 173마리를 기록했다. 그러다 2023년과 2024년엔 아예 두자릿수로 내려앉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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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생태관 배양장의 연어. 울주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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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회귀를 방해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태풍이나 인위적인 조형물 설치 등으로 하천 지형이 바뀌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연어 회귀량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2016년 울산에는 태풍 ‘차바’가 덮쳤다.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다. 지난여름 폭염으로 울산 앞바다에 고수온특보가 한달 넘게 이어졌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한국 근해 광역 월간 수온정보를 보면, 울산 앞바다를 포함한 동해안의 지난 10월 평균 표면수온은 23도로 평년보다 1~3도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물도 달아올랐다. 태화강생태관이 포획장에서 측정한 월평균 수온은 2023년 10월 20.88도, 11월 16.06도, 2024년에는 10월 21.22도, 11월 16.38도다. 1년 새 각각 0.34도, 0.32도 올랐다.



태화강생태관 관계자는 “냉수성 어종인 연어는 수온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기후변화로 바닷물과 강물의 온도가 오르면서 연어가 길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연어가 줄어들면서 해마다 바다로 떠나보내는 어린 연어 수도 감소하고 있다. 2021년 70만마리였던 방류량은 2022년 53만마리, 2023년 56만마리, 2024년 46만5천마리에 그쳤다. 이들 연어는 북해도 수역을 거쳐 베링해와 북태평양에서 자라 3~5년 뒤 동해안 하천으로 돌아온다.



생태관 쪽은 “현재로서는 방류하는 어린 연어 수를 최대한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어린 연어 생육 관리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어린 연어는 건강하게 키워 다음달 말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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