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국 발표 전 “범죄자들이 미국 들어와”
1일(현지 시각)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번화가에서 군중을 향해 돌진한 픽업트럭. /X(옛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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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미국에서 거리의 군중을 향해 무차별 돌진한 차량 테러가 일어나 4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테러범의 차량에는 중동의 극단주의 무장단체(ISIS)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이 걸려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소셜 미디어에 불법 이민을 겨냥, “범죄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각) 오전 3시 15분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번화가인 버번 스트리트에서 흰색 픽업 트럭이 새해 전야와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거리에 나와있던 군중으로 무차별 돌진했다. 가해자는 행인들을 차례대로 들이 받은 뒤 차량에서 나와 미리 준비했던 총기를 난사하며 출동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며 도주했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최소한 15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 당했다. 가해자와 총격전을 벌이던 경찰관 두 명도 부상을 입었다. 도주하던 범인은 추격하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경찰 당국은 “가해자가 대량 학살을 하기 위해 필사적인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초동 수사에 나선 FBI는 이날 오후 뉴올리언스 경찰 당국, 주지사, 시장, 상·하원 의원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을 계획적인 테러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단독 범행이 아닌 배후 조직이 연계돼 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원 확인 결과 용의자는 42살의 텍사스 출신 전직 군인으로 미국 시민권자로 밝혀졌으며, 차량에는 ISIS 깃발 외에도 사제 폭발물이 다수 실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남성은 이번 차량 테러 전에 해당 픽업 트럭을 렌트한 뒤 총기와 폭발물 등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특히 이날 거리에는 새해 전야를 즐기려는 시민들과 함께 저녁에 예정돼 있던 대학 미식축구 ‘슈거볼’ 경기를 보려는 팬들도 함께 나와 있던 만큼 피해가 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 보안 전문가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좁은 장소에 다중이 밀집해 있는 것만큼 테러에 취약한 타깃은 없다”며 “이러한 무차별 차량 테러를 막기 위한 방법은 사전에 군중이 밀집한 길목에 바리케이드를 많이 치는 것 외에 없어 보인다”고 했다. 주 당국은 추가 피해와 수사를 이유로 이날 예정된 미식축구 경기를 24시간 잠정 연기했다.
취임 후 불법 이민자들의 대대적인 추방을 공언하고 있는 트럼프는 관계 당국의 기자회견이 있기 전인 이날 오전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우리나라에 있는 범죄자들보다 (외국에서) 범죄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더 나쁘다는 사실을 내가 지적했을 때 민주당과 가짜 뉴스 매체들은 이를 끊임없이 반박했지만,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우리나라 범죄율은 이전에 본 적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번 차량 테러 사건을 불법 이민 이슈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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