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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이렇게라도 너와 닿을 수 있다면…참사 현장에 음식 · 편지 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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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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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사현장 울타리밖 추모 물결


'더 이상 카톡도 전화도 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너에게 닿을 수 있다면.'

늘 밝게 웃었던 친구를 하루아침에 떠나보낸 3인방은 친구가 있었던 활주로 밖에서나마 새해 안부를 전했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갈게.', '사랑하는 내 친구 네 예쁜 얼굴도 절대 잊지 않을게.'

비통한 심정을 감추기라도 하듯 무지갯빛 알록달록한 펜을 꾹꾹 눌러써 내려간 편지에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함이 가득했습니다.

새해 첫날인 어제(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활주로 철조망에는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시민과 희생자 유족, 지인들은 준비한 음식을 바닥에 놓고 국화꽃을 헌화하고 직접 쓴 편지를 철조망에 붙였습니다.

전날까지만 3~4곳에 있던 음식과 국화, 편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 100m가량 길이의 철조망을 빼곡히 채웠습니다.

김밥, 과일, 우유, 호떡, 케이크, 초콜릿, 황태포는 물론, 막걸리, 맥주, 소주도 종류별로 구색을 갖췄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다 다를 수 있으니까, 먹고 싶은 것이 다양할 수 있으니까"라고 밝힌 한 시민은 초콜릿 과자부터 담배까지 한 꾸러미를 들고 와 음식을 쌓아 올렸습니다.

10살·8살 남매를 데리고 이곳을 찾은 김 모(39·전남 무안군) 씨는 "분향소를 들렀다가 자녀와 비슷한 또래의 희생자들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아픈 마음에 이곳으로 왔다"며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바나나우유와 삼각김밥을 두고 기도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자녀는 메모지에 '천국으로 가길 기도합니다'라고 적어 철조망에 붙였습니다.

김 모(42·광주 서구) 씨는 "올 수밖에 없었고, 가까이서 기도하고 싶었다"며 "아이들 간식이랑 어른들 것도…무슨 술을 드셨는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며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시민들은 담벼락 넘어 첫 번째 철조망과 두 번째 철조망 사이에 떨어져 남은 잔해들을 보며 사고 당시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를 떠올리며 슬픔에 잠겼습니다.

특히 사고기 기장의 형이 쓴 것으로 보이는 손 편지 앞에는 여러 명이 모여 편지를 읽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편지에는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마웠고 미안하다. 형이…'라는 가슴 먹먹한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이곳을 찾아 헌화한 김 모(58) 씨는 "얼마나 아팠을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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