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5 (일)

고성 오간 국무회의… 집단 항의 대통령실… 스텝 꼬인 與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국 수습 ‘딜레마’ 빠진 국민의힘

與 “최상목 독단적 결정” 비판하며

대통령실에는 “국정안정 생각해야”

野 “탄핵 막겠다고 항명” 강력 비판

탄핵 반대 강경 보수와 손잡았지만

여론조사 탄핵 찬성 비율 70% 달해

입지 위축에 타개책 갈피 못 찾는 듯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첫 일정으로 당 지도부와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서 첫 번째는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권 위원장의 새해 일성은 채 한 시간도 안 돼 김이 빠졌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최 권한대행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을 헌법재판관 2명(정계선·조한창)을 임명하자 대통령실이 조직적 항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당은 이에 최 권한대행의 “독단적 결정”을 비판하면서도 대통령실 참모진을 겨냥해 “국정 안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는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경 보수층 여론에 기대고 있는 국민의힘이 탄핵을 바라는 민심의 파고 앞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일보

현충원 같이 참배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1일 을사년 새해를 맞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참배한 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정 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권, 최상목에 항의·유감

국민의힘 ‘투톱’은 이날 여권의 입장을 거스르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최 권한대행에게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권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 권한대행에게) 책임과 평가가 따를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우리 헌법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권을 보장한다”며 “국무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결정했으면 헌법 원칙에 부합할 텐데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본인 의사를 발표한 건 좀 독단적 결정이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발표한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대행 등 일부 참석자가 “왜 상의도 없이 결정하나”, “여야와, 당과는 사전에 협의했나”라고 반발하며 격론이 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이 인용될 경우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이 무효가 되는지 법률 검토를 할 예정이다. 최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임명을 보류한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추가 협상에도 부정적인 기류다.

◆與 내부선 “결정 존중해야”

여당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겉으로는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내부에선 최 권한대행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TK(대구·경북)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법리적인 면이나 전례를 따졌을 때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게 타당하지만, 여야 추천 각 1명씩 임명돼 우리 당 입장에서 최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초선 의원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당사자(최 권한대행) 입장에선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결과는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딱히 대통령실을 옹호하지도 않고 있다. 권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실 참모진이 집단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제가 취임하면서 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가 국정 안정”이라며 “대통령실, 총리실, 내각 모두 국정 안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결정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강경 보수층 기댄 與, 딜레마

이를 두고 국민의힘이 탄핵을 압도적으로 바라는 민심과 강경 보수층 사이에서 좌고우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당론으로 반대한 이후 입지가 좁아지자 탄핵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와 자유통일당의 힘을 빌리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 비율이 70%에 달하며 절대다수의 국민과 괴리될 위기에 처하자 정국 수습 방법을 두고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를 심판정족수(7인)에 미달하는 6인 체제로 방치해 탄핵심판을 지연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려 했던 여권 일각의 구상도 수포가 됐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바둑을 두든 장기를 두든 수세에 몰리면 선택할 수 있는 수(手)가 없어지는데, 그게 지금 국민의힘의 형국”이라고 했다.

야당은 대통령실 참모진의 집단 사의를 “항명”으로 규정하며 여권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 탄핵을 막아보겠다고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하며 적극 항명하는 것은 새해 벽두부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명령권자에 대한 항명은 내란범죄가 진행될 당시 대통령실 참모진이 했어야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김병관·배민영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