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스템과 경제력은 법치주의에 달려”
“대중의 신뢰를 위해 공정하게 업무 해야”
미국 연방대법원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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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정치권의 선출직 공직자들은 연방법원 판결을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발언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위험한 제안은 명확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을 이끄는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공개한 ‘대법원 연례 보고서’에서 “사법부의 독립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연방대법원은 미국 사법부의 최고(最高) 법원으로 한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합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8명과 함께 미국 사회에서 갈등과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후의 사법적 판단을 한다. 이날 보고서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과 대중의 불신, 이로 인한 사법부의 위기에 대해 보고서 곳곳에서 경고음을 울렸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법원이 다른 어떤 기관보다 오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수정헌법 1조가 강력하게 보호되는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비판은 당연한 권리”라고 했다. 수정헌법 1조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렇지만 현재 법원에 가해지는 폭력과 허위 사실은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합법적으로 내려진 판결을 무시하는 행위는 판사의 독립성을 위협한다”면서 “업무 수행을 위해 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미 연방보안국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판사를 대상으로 한 위협은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연방 보안관들은 1000건 이상의 심각한 위협을 조사했고 약 50명이 형사 기소됐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2022년과 2023년 위스콘신과 메릴랜드의 주(州) 판사들은 평범한 사법 업무를 수행하던 중 표적 공격을 받아 살해됐다”면서 “판사가 방탄조끼를 지급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물리적 협박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가해지는 위협과 허위 정보로 사법부를 흔드는 세력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판사들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메시지를 온라인에 남기는 사람도 있다”면서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는 허위 정보는 사법의 독립성을 위협한다”고 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위협하는 최종적인 위협을 “합법적으로 내린 판결에 대한 불복”이라고 꼽았다. 그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사법 업무의 본질이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정치 시스템과 경제력은 법치주의에 달렸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로버츠 대법원장은 법원이 대중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공정한 업무를 해야 하고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방 법원은 우리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 영역에 머물러야 하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선출직 공무원의 업무에 대한 건전한 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법원은 최근 몇 년 동안 논쟁적인 결정과 판사의 윤리에 대한 논란으로 대중의 비판과 위협을 받아왔다”고 했다. 예컨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동안 임명된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자리 잡은 2022년 대법원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며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5%만 법원을 신뢰한다고 대답해 2020년(60%)에 비해 많이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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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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