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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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고 계엄을 알았다”던 군 사령관들의 주장을 뒤집는 진술과 물증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주요 사령관들이 계엄 선포 전부터 움직였던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오로지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했다”(2024년 12월12일 담화문)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 역시 거짓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당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계엄군을 투입했던 군 사령관들은 계엄이 실패로 돌아간 직후 일제히 “계엄을 당일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정치인 체포조 투입을 지시했던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지난달 7일 “(비상계엄 선포를) 전혀 몰랐다. 텔레비전 보고 알았다”고 했다.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역시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계엄을) 당일에 알았다. 담화를 보고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령관은 당시 “티브이를 보고 비상계엄을 안 사람 손 들어보라”는 민주당 의원의 말에 손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 31일 두 사람을 기소하면서 이들의 기존 주장과 상반되는 휴대전화 메모를 공개했다. 여인형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12월1일) 작성한 “반국가세력 수사본부”라는 제목의 메모에서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와 합동체포조를 운용한다는 내용을 적었다. 다음날(2일) 이진우 사령관이 작성한 휴대전화 메모에는 “최초 브이(V·대통령)님 대국민 연설 실시 전파시”와 “(김용현 국방부)장관님 회의 직후”로 상황을 나눠 계엄을 준비한 듯한 내용이 담겨있다. 특수본은 이 사령관이 휴대전화 검색창에서 “문을 열거나 부수는 데 사용하는 도구“, “국회 해산이 가능한가요”, “대통령 국회 해산권이 있나요” 등을 검색한 사실도 파악했다.
계엄 실행에 대한 언질이 적어도 ‘2024년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는 주요 군 사령관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해 3월부터 ‘비상대권’을 자주 언급하던 윤 대통령이 11월부터 김용현 당시 장관과 함께 실질적인 계엄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11월24일부터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 작성을 시작했고, 같은 달 30일에는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계엄을 발령해서 국회를 확보하고, 선관위의 전산자료를 확보해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계엄 이틀 전인 12월1일에는 방첩사와 특전사, 정보사 수뇌부가 동시에 움직였다. 이날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등을 함께 다듬고, 특전사·수방사 등 병력 동원 여력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된 날이다. 같은날 여인형 사령관은 “반국가세력 수사본부”라는 제목의 메모를 작성했고, ‘민간인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정보사 대령 2명을 롯데리아로 불러 선관위 체포조 준비를 최종점검했다. 곽종근 특전사령관 역시 12월1일에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와 민주당사, 선관위와 여론조사 꽃 등 6곳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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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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