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이건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 붕괴(climate breakdown)입니다. 파멸로 가는 이 길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를 통해 낸 경고다. 2024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였다는 WMO의 한달 전 발표를 재확인하며 "2025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재생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은 2024년 한 해 동안 만난 국내 기후과학자들의 경고와도 궤를 같이 한다. 전지구적 기후위기가 한반도에서도 최근 몇년간 고스란히 실제 상황으로 나타나면서다. 이상기후·이상기상 현상을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최근 십수년간의 한반도가 '이전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극단적 강수가 빈번해졌고, 일부 지역에 짧은 시간 많은 비가 내리며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이 증가했다. 10, 20년 전 '이례적'이라 칭했을 폭염이 일상화됐다. 한 기후과학자는 "한국도 여름에는 야외 활동을 하기 어려운 지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과학자는 "지금 정도의 여름 날씨를 앞으로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 했다.
2025년에 접어 들며 나오는 경고가 유독 심상치 않은 건 '더 심각한 단계'로 들어서는 임계점을 목전에 뒀다는 신호들이 수치로 뚜렷이 확인돼서다. WMO의 지난해 11월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월~9월 지구 평균 지표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보다 1.54°C(±0.13°C) 높았다.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설정한 마지노선이 1.5℃다. 1.5℃는 장기평균 기온을 의미하므로 한 해 수치로 마지노선이 깨졌다고 할 순 없다.
다만 경향과 속도를 보면 경각심을 아무리 일으켜도 부족하지 않다. WMO의 지난해 6월 발표에 따르면 2024∼2028년 5년간 지구 기온이 1.5℃를 넘어서는 해가 적어도 한번 나올 확률이 80%인데, 이는 2017∼2021년 20%에서 몇년 새 급등한 수치다. 이미 2023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5℃ 높았고, 2024년은 더 뜨거워졌다. WMO의 2024년 지구 기후 현황 전체 보고서가 2025년 3월 나오면 구체적이고 절망적인 수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전세계 전문가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24년 초 발간한 '글로벌리스크' 보고서는 현재 및 장기적인 전세계 최대 위기 요인으로 '극한 기후'를 꼽았다. AI로 인한 허위정보, 사회·정치 양극화 보다 더 큰 위험으로 평가됐다. 올해 역시 크게 바뀌진 않을 걸로 보인다. '글로벌' 리스크이면서 모든 국가가 벗어날 수 없는 위기 요인이기도 하다. 전세계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문의 대상에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25~2030년 배출권거래제 운영방안을 확정하는 2025년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정책적으로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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