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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공장 복제의 마법’… 가전 라인 한 곳에서 모델 58종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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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인, 1모델’ 기존 방식 뒤집어

조선일보

현대차그룹이 2023년 11월 싱가포르에 세운 첫 스마트 팩토리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 센터’의 내부. 공장 전체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해 원격 운영이 가능한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됐다.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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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를 가상에 그대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인공지능(AI)과 결합되면서 국내 산업 현장을 바꿔놓고 있다. 각종 첨단 기술이 접목된 지능형 공장 ‘스마트팩토리’가 대표적이다.

경남 창원에 있는 LG전자의 가전 제조 공장 ‘LG스마트파크’에서는 하나의 생산라인이 58종의 모델을 생산한다. 통상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하나의 모델만 생산하는 방식을 탈피한 것이다.

가전은 수많은 부품이 필요하고 조립 공정도 달라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종류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공장 제조 공정을 디지털 공간에 통째로 옮긴 디지털 트윈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30초마다 수집한 공장 내부 데이터를 토대로 10분 뒤 생산라인의 상황을 예측해 주고, 자재 부족 여부를 미리 알려준다. 현재 가동 중인 생산라인의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 유무, 생산 실적 관리가 자동화되고, 원격 통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조선업 같은 뿌리산업에도 디지털 트윈 기술이 녹아들고 있다. HD현대는 프랑스 다쏘시스템과 손잡고 선박 건조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선박 설계부터 생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가상 공간에서 구조적 결함을 미리 발견하고, 공정 최적화를 통해 공정 기간과 비용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현실의 전기차를 디지털 세계에 그대로 옮겨 배터리 수명을 예측하는 기술을 시행하고 있다. 차량별로 가장 알맞은 배터리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국내 AI 스타트업도 산업용 디지털 트윈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연구원 출신 윤성호 대표가 2017년 창업한 ‘마키나락스’는 자동차 공장이나 반도체 부품 공장, 태양광 발전소 등에 특화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생산 현장에 적용해 공정과 설비, 제품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이를 학습시킨 AI 모델로 장비 고장 징후를 예측해 사전에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제조 로봇의 온도와 진동 등 실시간 데이터와 고장 이력, 수리 빈도 등을 AI가 종합해 고장 직전에 보이는 데이터 패턴을 잡아낸다.

이 밖에 화학·바이오 공정에 특화된 디지털 트윈 설루션을 개발한 ‘시마크로’와 건설 현장의 작업 동선과 공정 진행 파악을 위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한 ‘메이사’·‘엔젤스윙’ 등 각 산업에 특화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산업 현장에 더 많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지난 2022년 글로벌 제조업계 고위 임원 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는 “현장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했다”고 답했다. 앞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응답자도 15%에 달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한 공간은 앞으로 산업 현장에 등장할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인식 기반 인프라로 쓰일 것”이라며 “AI 로봇의 등장으로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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