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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만물상] 여의도 女, 한남동 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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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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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하얀 헬멧을 쓴 2030 남성 30여 명이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한 조직이라는데 ‘백골단’ ‘반공청년단’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원래 백골단은 1980년대 하얀 헬멧을 쓰고 시위대를 진압하던 경찰 부대의 별명이다. 기성세대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은 ‘백골단’이라고 자칭했다. 지금 관저 앞에는 2030 남성이 적지 않게 보인다. 반면 12월 서울 여의도의 탄핵 찬성 집회에선 2030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BBC 코리아가 서울시 생활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통계에서 20대 여성은 집회 참여자의 18.9%로 가장 많았다. 30대 여성도 10.8%였다. 그런데 20대와 30대 남성은 각각 3.3%, 5.3%에 그쳤다.

▶남녀 분열 현상은 2016년 ‘서울 강남역 20대 살인 사건’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는 피해 망상증 범인의 발언에 2030 여성들이 자신의 일처럼 분노하며 ‘여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젊은 남성들은 ‘우리를 잠재적 범인 취급 말라’고 반발했다. 그해 여성 고용률이 사상 처음 50%를 넘었다. 대학 진학률은 이미 2009년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 취업, 승진 등에서 남녀 경쟁이 본격화했다.

▶강남역 사건 당시 국회의원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음 세상에는 남자로 태어나요’라는 메모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2017년 대선 후보 때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젊은 여성 표 공략이었다. 그해 대선 직전 여론 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한 ‘이대녀(20대 여성)’는 56%, ‘이대남’은 37%였다. 문 정부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39세 이하 여성 70%가 “불평등하다”고 했고, 남성 과반은 “역차별당한다”고 답했다. 작은 불씨에도 젊은 남녀 갈등이 들불처럼 번졌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다. “한국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도 했다. 대선 출구 조사에서 20대 남자는 윤석열 후보 58.7%, 이재명 후보 36.3%를 찍었다. 반면 20대 여성은 윤석열 33.8%, 이재명 58%였다. 2030 남녀 분열과 반목은 정치가 끼어들면서 더 꼬이고 있다.

▶지금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2030 남성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탄핵 찬성 시위 현장에서 K팝을 부르는 건 대부분 젊은 여성이다. 여성이 많이 모인 장소에는 남성들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남녀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안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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