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지인·일반 시민 몰려…‘혼잡 우려’ 안내 문자도
공항 계단·난간 등엔 ‘애도의 메시지’ 포스트잇 빼곡
애도의 글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추모객들이 남긴 애도의 글이 붙어 있다. 무안 |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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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인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희생자가 고통 없이 편안하길 바란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전북 익산시에서 출발했다는 전성열(65)·오옥자(62)씨 부부는 오전 10시쯤 무안공항에 도착해 분향을 마쳤다. 오씨는 “한 해에만 여러 번 큰일이 생겨 이제 일어나면 뉴스부터 보게 된다”며 “이런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분향소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씨는 “분향소에 들어갔더니 자매로 보이는 사람도, 애들도, 부부도 있었다”며 “위패가 모여 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전남 장성군에서 온 김성기 목사(63)는 “교인의 동생이 참사를 당해 위로의 말을 전하기 위해 왔다”면서 “상황은 다를지라도 같은 마음으로 힘을 모아 헤쳐나갈 수 있길 기도했다”고 전했다.
전남 목포시에 거주하는 배성은씨(40)는 7세, 8세, 11세 세 아이와 함께 분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씨는 “아이들도 누군가를 위로하고 기억하는 방법을 배우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해 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참사를 기억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유족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공항동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난간에 포스트잇을 붙여 작은 메시지를 남겼다. 한 쪽지에는 ‘지역이 좁아 한 다리 건너면 친구나 부모님, 직장동료의 상사, 이웃분들인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곳에선 따뜻한 기억으로 영면하시기 바란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유족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 메모에는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철도 좀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 계속 나 지켜봐주고… 사랑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공항동 1층 중간에 있는 분향소에서부터 시작된 추모 행렬은 공항 건물 바깥까지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행렬은 더 길어졌다. 추모객 안내 자원봉사를 한 안시현씨(29)는 “오전 11시30분부터 분향객들이 오기 시작했다”며 “지금도 점점 늘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분향객이 너무 많아 분향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시민도 있었다. 전남 무안군에서 가족 10여명과 함께 온 김춘홍씨(42)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분이 희생돼 슬픔을 나누기 위해 왔다”면서도 “줄이 너무 많아서 실내에서 애도를 표하고 이만 돌아가려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추모 인파가 너무 많이 몰리자 무안군은 정오쯤 “추모객이 많아 혼잡하니 애도를 표하고자 하는 추모객께서는 무안스포츠파크 분향소로 방문해주시길 부탁한다”는 안내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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