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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권도형 6조원 배상 합의해놓고... “지급 가능한 돈은 653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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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5Q]

조선일보

지난 12월 31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미국 사법 당국에 인계되는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의 모습. /몬테네그로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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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4)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달 31일 동유럽 국가 몬테네그로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넘겨져 미국으로 송환됐다. 2023년 3월 위조 여권을 소지한 혐의로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이다. 당시 한국과 미국은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고, 몬테네그로 당국과 법원은 어느 나라로 송환할지를 두고 여러 차례 결정을 번복해왔다. 하지만 결국 미국에서 형사 재판을 받게 됐다.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벌였던 1년 9개월간의 쟁탈전은 어떻게 진행됐고, 앞으로 권씨의 재판은 어떻게 진행될지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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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어쩌다 미국으로 넘겨졌나

미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권씨가 창업한 테라폼랩스는 2019년 초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법정 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 화폐)인 ‘테라’와 보조 코인인 ‘루나’를 개발했다. 그런데 2022년 5월부터 테라와 루나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50조원 이상의 투자 손실을 봤고, 권씨는 그 직전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도피를 시작했다. 수사망을 피해 오던 권씨는 이듬해인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권씨가 붙잡힌 직후 한국과 미국은 동시에 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몬테네그로에 요청했다. 지난해 8월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권씨가 원했던 대로 한국 송환을 결정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잠정 보류했고, 12월 27일 몬테네그로 법무 장관은 권씨를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몬테네그로가 대미(對美) 관계 등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Q2. 어떤 재판 받게 되나

권씨는 앞으로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법에서 형사 재판을 받게 된다. 이곳은 뉴욕 맨해튼을 관할해 ‘월가의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남부연방지검에서 기소를 한 사건을 다루는 곳이다. 권씨를 기소한 주체도 남부연방지검이다. 최근엔 가상 화폐 관련 주요 범죄 사건 처리를 도맡아 왔으며, 2022년 가상 화폐 거래소 FTX 사기 사건도 이곳에서 맡았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Q3. 권도형이 받는 혐의는

뉴욕 연방검찰은 2023년 3월 권씨를 증권사기·시세조작·사기공모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뉴욕 검찰은 12페이지짜리 공소장에서 “권씨는 2019년 10월 TV 인터뷰나 2020년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사실이 아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펼쳤다”고 밝혔다. 가상 화폐 테라의 가격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식으로 주장해 투자자를 끌어들였지만 사실은 시세 조종으로 속여 왔다는 것이다. 뉴욕 검찰은 공소장에서 권씨가 2021년 5월 시세 조종을 위해 공모자들과 접촉했다고 언급했다.

Q4.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될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권씨는 최소 400억달러(약 59조원)의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유죄로 인정되면 중형을 피할 수 없다. 최근 가상 화폐 등 금융 범죄에 대한 미 법원의 입장도 단호하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에서는 각 죄에 대해 형을 정한 뒤 이를 합산하는 병과주의(倂科主義)를 택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권씨에게 100년형 이상도 선고될 수도 있다. 다만 실제 금융 사기범에 대한 선고는 사건마다 다르다. 미 법원은 지난해 3월 고객 자금 80억달러(약 11조원)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가상 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2)에게 징역 25년 형을 선고하고 110억2000만달러(약 16조2760억원)의 재산 몰수를 명령했다.

Q5. 피해자는 돈 돌려받을까

권씨는 작년 6월 법원에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약 44억7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 피해자에 대한 배상 차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테라폼랩스는 파산 승인을 받으면서 파산 청산금으로 투자 피해자에게 최소 1억8450만달러에서 최대 4억4220만달러(약 2720억~6530억원)에 달하는 금액만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당초 합의했던 규모의 벌금 납부가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 법원은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권씨 재산 2333억여원 추징을 허가했다. 그러나 실제 추징·회수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피해자는 20만여 명, 피해 규모는 3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테라·루나 사태

프로그래머였던 권도형이 설립한 ‘테라폼랩스’가 2019년 발행한 가상 화폐 ‘테라’와 이를 보조하는 ‘루나’의 가격이 2022년 5월부터 폭락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건. 당시 가상 화폐 전반에 충격이 발생해 50조원이 넘는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권씨는 당초 ‘테라’ 가격이 미 달러와 안정적으로 연동된다고 주장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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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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