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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신년기획] 中 가전 추격 …'AI 홈'으로 따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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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전 산업에 변화를 주도한 가운데 가전 산업에서도 AI로 전통 사업 틀을 깨는 혁신이 활발했다. 올해 국내 가전사들은 극심한 내수 침체와 지정학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AI 홈' 구현을 목표로 끊임없이 혁신해왔다.

가전사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전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AI를 고도화하는데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과 차별화하는 전략 중 하나도 AI다.

가전에 특화한 온디바이스 AI 역량을 높이고 보다 많은 기기를 플랫폼에 연동하는 게 과제다. 중국 가전과 격차를 다시 벌이는 것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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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브라운 삼성전자 구주총괄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가전박람회 'IFA 2024'를 하루 앞둔 지난 9월 5일(현지시간) 열린 삼성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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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6일부터(현지시간) 5일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4'에 참가한다. LG전자 전시관 입구인 'AI 홈 게이트(AI Home Gate)'를 소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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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디자인·품질…中 전방위 위협

중국 가전 기업은 가격 경쟁력에 기술 혁신을 거듭하며 글로벌 시장 선두인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선두 추격을 넘어 일부 시장에서 변화 흐름 주도국으로 성장했다.

대표적 분야는 TV다. 한국 TV 제조사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QD)으로 프리미엄 고화질 경쟁을 주도해왔으나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거거익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매출 점유율은 한국이 지속 선두를 유지하지만 수량 점유율은 중국이 2018년 3분기 LCD TV 기준으로 31.9% 점유율로 처음 1위에 올라 한국(30.6%)을 제쳤다.

박진한 옴디아 디렉터는 “국내 기업들은 대화면보다 고화질에 프리미엄 전략을 둔 반면에 중국은 상당한 대화면 제품을 중보급형 수준대 가격으로 공급해 빠르게 성장했다”며 “이제는 한국 기업의 고화질 중심 프리미엄 전략이 TV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중국의 '거거익선' 공세를 더 이상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3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TV 출하량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 30%, 하이센스 24%, TCL 17%, LG전자 16% 순으로 집계돼 중국 기업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는 유지했지만 전년 동기보다 13%포인트(P) 줄어든 30%에 그쳤다. LG전자는 20%에서 16%로 감소해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하이센스와 TCL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프리미엄 TV를 출하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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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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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품질과 디자인이 조악하다'는 편견도 깨진 지 오래다. 아직 한국을 넘어설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실상 한국기업 미투전략에 가까운 패스트 팔로업 전략으로 제품 외관만 보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평가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IFA 2024에서 중국 TCL과 하이센스 전시를 본 후 “굉장히 많이 따라왔다”며 “일본이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면서 가성비 좋은 제품을 내놓지 않다가 우리에게 추월당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LG전자는 중국의 제품 원가·품질 경쟁력 등을 상세히 분석하는 활동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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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4 하이얼 부스에서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닐 턴스톨 하이얼유럽 최고경영자(CEO)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배옥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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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도 높은 품질과 신뢰성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중소 제조사 대표는 “해외 전시에서 우리 브랜드를 모르던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알자 적극적으로 제품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 전시부스에 한국 기업이라고 별도 표시까지 했었다”며 “중국 제품은 가격이 낮지만 품질이 조악해 오래쓸 수 없다는 평가를 현장에서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돌파구는 'AI 홈'

세계 시장 선두를 수성하려는 국내 기업은 글로벌 가전 판도를 바꿀 새로운 격전의 장으로 'AI 홈'을 꼽는다. 가전 고유의 성능·디자인 경쟁력은 물론 AI로 성능을 고도화하고 AI 홈을 구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홈은 좀 더 지능적으로 집 안팎의 다양한 생활요소에 걸쳐 안전, 편리함,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린다. 집 안에서는 내가 원하는 레시피 기반으로 AI가 알아서 불을 조절해주거나 요리 상태를 파악해주는 등 편의성을 높인다. 원거리에 거주하는 부모님의 복약 시간을 AI 가전이 알아서 챙겨주고 건강 상태도 자녀가 살필 수 있다. 가스·전기 등 집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파악해 알아서 가동 상태를 조절해주는 등 친환경·절약 도우미가 되기도 한다.

세계 AI 가전 경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단연 앞섰다. 적극적으로 AI 가전 사용 시나리오를 발굴하면서 진입장벽 높은 유럽의 전통 가전 브랜드 아성에 균열을 내고 있다. 중국 하이얼과 하이센스가 AI 가전을 연동하는 자체 플랫폼을 선보였지만 초기 수준의 연결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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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소비자가전전시회(CES)인 2024 한국전자전이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주관으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참관객이 다양한 스마트싱스 제휴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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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사들은 향후 AI 가전 경쟁력이 자사 제품 뿐만 아니라 여러 제조사 IoT 기기를 원활하게 연동하고, 사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활용 역량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LG전자는 'LG 씽큐 온'을 핵심 플랫폼으로 삼고 전문 데이터 분석 조직을 운영하며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제품별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요소가 나온다”며 “페인포인트를 해소하거나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기획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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