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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조종사 긴박한 대화·기내방송 내용은?…블랙박스 분석 박차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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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기기결함 여부 등 밝힐 열쇠

고도 속도 등 비행정보·기기 작동 저장

FDR 커넥터 분실… 자료 추출 방법 강구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활주로 폐쇄 시간이 다음달 7일 오전 5시로 연장된다. 정부는 사고 수습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사고 조사에도 착수했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31일 중앙사고수습본부브리핑을 통해 사고 조사 진행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세계일보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연방항공청, 교통안전위원회, 보잉 등 한미합동조사 관계자들이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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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에서 수거해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옮겨진 블랙박스는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다. 현재는 표면 이물질 세척을 완료해 상태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 실장은 “(FDR의) 자료저장 유닛과 정원공급 유닛을 연결하는 커텍터가 분실될 상태로 발견돼 자료추출 방법 등을 기술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데이터 추출이 어려울 경우 미국 교통안전위원회로 보내야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고조사관 11명과 미국 합동조사 관계자 8명은 이날부터 현장에서 사고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 측에선 연방항공청 1명, 교통안전위원회(NTSB) 3명, 보잉사 직원 4명 등이 참여한다.

통상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FDR과 CVR은 항공기의 비행 정보와 조종실의 음성을 기록하는 장치다. 이름과 달리 발견하기 쉽도록 형광빛의 주황색이나 오렌지색이고, 동체 후방 꼬리날개부에 장착된다. 파손 확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조치다.

세계일보

지난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후 폭발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흔적과 잔해가 남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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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에는 조종사 내 대화는 물론, 항공기의 고도와 속도, 방향 등 비행 정보에다 수많은 기기들의 작동 상황이 저장돼 있어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무게의 3400배를 견디는 중력 실험부터 1000도 이상의 고온 테스트 등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조사위는 블랙박스의 데이터와 함께 사고 현장 수색을 통해 확보한 잔해와 관제 정보,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검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실험이나 비행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사고조사위의 검토 내용과 가설 등을 점검하는 절차도 거친다.

사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을 마치면 책임 소재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과 권고안 등이 포함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최종 보고서가 나오는 시점은 사고 이후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연구원장은 “블랙박스의 데이터가 손실됐다면 미국에 맡겨서 (자료 확보에)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물증 자료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맞춰보면서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이전에는 2013년 7월 7일 오전 3시27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로 승객 3명이 숨지고 174명이 다쳤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NTSB 주도로 사고 11개월만인 이듬해 7월 6일 NTSB가 조종사 과실이 주된 원인으로 담긴 보고서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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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소속 전문가와 미국 보잉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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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국적항공기 기준으로는 2020년 1월(진에어)과 2020년 2월(이스타항공) 난기류에 따른 승객과 승무원의 부상 사고와 관련해 국토부 산하 사고조사위가 각각 15개월, 27개월 뒤에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외에서는 사고 원인이 미궁에 빠지면서 보고서 발표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경우도 있다.

2009년 6월 승무원 12명과 승객 216명을 태우고 브라질에서 프랑스로 가던 에어프랑스 여객기 447편이 대서양 한가운데서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블랙박스 회수에만 2년이 소요됐고, 사고 발생 3년이 지난 2012년에 공개된 보고서는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과 계기판의 오류로 추정했다.

2014년 3월에는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이 수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인도양에서 실종됐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고 잔해 등이 수습되지 못하면서 공식적으로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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