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꼬리 부분 첫수습…음성·비행기록 분석
유족 명예훼손·모욕 경찰 수사 확대
폐쇄 무기한 연장 활성화 대책 시급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가 잔해물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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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수습을 마친 시신과 유류품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다. 수습 당국은 기체 꼬리 부분에 대한 본격적인 수색을 시작하는 한편, 음성·비행기록장치에 대한 자료를 분석해 사고 원인을 명백히 규명할 예정이다.
2007년 개항 이후 17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한 무안국제공항이 이번 참사로 인해 관련 규정 위반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계 당국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 유족 애도 속 희생자 발인…유류품도 가족에게
수습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희생자 179명 중 44명이 유가족에게 인도됐다. 현재까지 장례식장에 안치된 희생자 42명 중 20명에 대한 장례가 진행 중이다. 당국은 이날 중 추가로 24명의 DNA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오전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희생자 A씨의 발인식에서 가족들은 눈물로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앞서 희생자 4명이 발인을 마쳤다. 이날 발인이 진행되는 희생자는 광주 3명, 전남 4명 등 7명이다. 유족에게 인도된 희생자는 지역별로 전남 14명, 광주 23명, 전북·경기 등 타시도 5명이다. 시신을 인도받은 유족 일부는 장례 절차를 밟고 있다. 일부 유족들은 인도받은 희생자를 장례식장에 안치해둔 채 함께 사고를 당한 가족이나 지인 등 남은 희생자의 시신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총 200여점(102명)의 유류품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당국은 1,000여 개의 유류품을 확보하고 유해 수습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훼손이 심한 물건·유해일수록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 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휴대전화 등 일부 전자기기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거치게 된다. 일부에서는 사고 직전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증언도 나온 만큼 포렌식 과정에서 사고 직전 기내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병노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은 이날 오전 유가족 브리핑에서 "여객기 화재로 인한 파손과 진화 단계서 파손이 심해 온전한 게 거의 없는 상태다"며 "신원이 확인 안 된 유류품은 화물 저장고에 관리하고 있고, 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LOST112)에 모두 등록은 해놓은 상태다"며 "훼손 상태가 심한 만큼 유가족 대표와 공개 여부를 신중히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 기체 꼬리 부분 첫 수색·수습
참사 엿새째 여객기 기체 꼬리 부분에 대한 첫 수색과 수습 작업이 진행된다. 수습 당국은 이날 기중기를 이용해 사고 여객기 꼬리 부분을 들어 올려 수습을 진행한다. 현재까지는 현장 인근에 나뒹구는 비행 부품 파편과 갈대밭 등에서 희생자에 대한 수색과 수습 작업이 이뤄져 왔다. 당국은 꼬리 부분에 대한 첫 수색인 만큼 희생자들의 신체가 상당수 수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남경찰 관계자는 "꼬리 부분 수색을 할 경우 99% 수색이 완료된다"며 "수색 후 발견된 DNA 확인 작업까지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도 이날 무안공항에서 "국내 법령에 따라 12단계로 구성된 참사 조사 중 현재 4단계"라며 "(원인 규명에) 기본이 되는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조위는 지난해 12월 31일 한미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잔해 확인과 함께 분야별 전문 그룹을 구성해 무안국제공항 내 임시 본부를 마련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조위 12명, 미국 조사팀 10명 등 총 22명으로 조사단이 꾸려졌다. 이들은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추출한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해 작성한 녹취록을 토대로 사고 원인 규명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파손된 비행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해 미 사고조사 당국과 합동 분석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 명예훼손·모욕 경찰 수사 확대
전남경찰은 전날 오후 8시까지 게시물 6건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이 중 3건은 발부받아 강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국적으로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인 명예훼손, 모욕 등 관련 게시글은 64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지난 2일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전국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악성 게시글 전담수사팀'을 설치했다. 전남경찰청에서 25명 규모로 운영되던 전담 수사팀을 118명으로 대폭 늘려 전국 단위로 운영하게 됐다.
◇ 무안국제공항 압수수색 마무리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가 이날 오전 무안공항 사무실 등에서 단행한 압수수색을 모두 종료했다. 전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압수수색은 여객기 운항 등에 관한 자료 확보를 위해 26시간 동안 이어졌다. 수사관 30여명이 투입된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 2곳도 포함됐다.
경찰은 사고기와 충돌한 활주로 주변 구조물(로컬라이저)의 적정성, 조류 충돌 경고와 조난(메이데이) 신호 등 사고 직전 관제탑과 조종사가 주고받았던 교신 내용, 기체의 정비 이력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고 직전 사고기의 이동 경로·상황 등을 볼 수 있는 활주로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사고기 운행·정비, 시설 관련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과 서류 복제·복사 등으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일 뿐,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현재까지 관련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 등 관계자 2명을 중요 참고인으로 판단해 출국 금지 조처를 내렸다.
◇ 피해 지원·나눔 손길 이어져
지난달 31일 경북도와 전북도에서 각각 2억 원과 3,000만 원의 성금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일에는 경기도에서 5억 원, 2일에는 경남도에서 2억 원을 각각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 기부금만 9억 3,000만 원에 이른다. 민간에서도 기부행렬이 줄이어 HD현대삼호 3억 원, 한전KPS 1억5,000만 원 등 이날 기준 5억1,000만 원을 기탁했다.
광주전남자원봉사센터와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대한불교조계종, 대한적십자사, 바르게살기운동, 의용소방대 등 협회·단체 등 사고 당일부터 현재까지 2,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서 사랑의 밥차를 운영하고, 물품 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무안국제공항 내 2층 커피숍에는 1,3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선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커피숍 키오스크와 계산대 앞에는 ‘봉사자 및 유가족분들께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제공해드립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 무안공항 폐쇄 언제까지
국토부는 무안공항 활주로 폐쇄 기간을 오는 7일 오전까지 일주일 연장한 뒤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무안공항 폐쇄 기한은 지난 1일 오전 5시까지였다.
폐쇄 기간 연장은 현장의 기체 잔해 수습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항공기 착륙에 필수적인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사고로 완전히 파손된 데 따른 것이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에 전파를 쏴 활주로에 정확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설이다. 사고기는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있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에 충돌하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시설은 즉각 다시 설치하기 어렵고, 발주를 통해 재시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최소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폐쇄 기한이 무기한 연장될 것으로 보이면서 항공 여객 업무를 전담했던 여객조업사가 경영난으로 사업 철수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국제공항에는 여객조업사 2곳과 지상조업사 1곳 등 조업사 3곳이 항공 여객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조업사는 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탑승수속과 수화물 배송 등 항공 여객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협력업체다.
조업사가 철수하면 당장 직원 70여명의 고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조업사가 철수할 경우 전남도가 그동안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투입한 행정력과 예산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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