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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스타트업 리포트] '앱으로 전세 사기 막는다' 강우진 아이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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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 변동 자동으로 알려주는 인터넷 서비스 개발
"전세 사기 막으려면 소유 주택 제한하는 정책 개선 필요"

정부가 법까지 만들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전세 사기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세 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2023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토교통부에서 인정한 피해자만 2만5,578명이다.

전세 사기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다. 고의로 이중 계약을 해서 돈을 떼어먹거나 투기를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들였다가 깡통 주택이 되는 경우다. 깡통 주택이란 집값보다 대출금과 보증금이 더 많아 경매로 넘어가도 온전한 보증금 회수가 어려운 집을 말한다.

이를 막기 위해 강우진(46) 대표는 2021년 신생기업(스타트업) 아이엔을 설립했다. 공인중개사인 그는 2022년 깡통 주택을 알려주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만들어 이듬해 대한민국 우수특허 대상을 받았다.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그를 만나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배경을 들어 봤다.
한국일보

강우진 아이엔 대표가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며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개발한 인터넷 서비스 '중개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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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이 바꾼 인생


아주대에서 건설시스템공학을 전공하고 인하대에서 부동산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강 대표는 특이한 인생의 전기를 몇 번 겪었다. 대학 시절 컴퓨터(PC)를 좋아해 PC정비사 등 무려 7개의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PC를 조립해 팔아 학비를 대고도 남을 돈을 벌었다. 그때 주효했던 것이 '사기당할 염려 없는 PC'였다. "전문 자격증을 가진 학우가 속이지 않고 PC를 판다는 광고 전단지가 주효했어요. 당시 부품값을 속여 비싸게 파는 상인들이 있었어요. 그들보다 저렴하게 팔면서 시급 1,600원이던 시절 최대 월 500만 원까지 벌었죠."

그런 그를 바꿔 놓은 것은 자극이었다. 첫 번째 자극은 취직을 위해 대학 4학년 때 치른 토익 시험이다. "첫 시험에서 형편없는 성적인 370점을 받았어요. 안 되겠어서 삭발하고 합숙 학원에 들어갔어요. 하루 16시간씩 공부해 두 달 만에 만점 가까운 토익 점수를 받았죠. 그때부터 어떤 문제가 닥치면 해결을 위해 집요하게 공부했어요."

졸업 후 2005년 입사한 첫 직장 포스콘건설에서는 사번이 자극제였다. "당시 회사에서 자격증이 없는 정규직에게 계약직 사번을 부여했어요. 일부러 자극한 것이죠. 이를 벗어나려고 토목기사와 건설재료 시험기사 등 2개의 자격증을 땄어요."

이후 부산과 김해에서 경전철 건설, 택지지구 조성 등 현장 일을 하면서 공기업에 관심을 가졌다. "2007년 회사를 그만두고 독서실을 다니며 준비해 2,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시 지하철 1, 2, 3, 4호선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에 토목직 신입사원으로 합격했어요."

족집게 토익 강사로 이름 날려


그런데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시련을 겪었다. "월급이 대기업 절반도 안 돼 보충하려고 주식 투자를 했는데 금융위기로 큰돈을 잃었어요. 결국 수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영어 학원을 차렸죠."

하지만 시련은 곧 기회가 됐다. 과거 영어 공부의 비결을 담아 펴낸 '모질게 토익' '시나공 토익' '택틱스 토익' 등 토익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가 차린 택틱스 어학원과 함께 유명 영어 강사가 됐다. "월 1억5,000만 원 이상 벌 정도로 학원이 번창했어요."

그렇게 번 돈으로 그는 전공을 살려 2015년 다중주택 건설에 뛰어들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다중주택은 주택과 상가가 결합된 소규모 주상복합건물이다. "매일 새벽 현장에 나가 직접 공사를 감독했어요. 약 5억 원을 들여 지은 첫 건물을 팔아 6개월 만에 9억 원을 벌었어요. 그 바람에 대출을 받아 7채로 늘렸는데 잘 팔리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부동산 중개업자가 잘못된 땅을 소개했다. "분양 등 부동산 시장을 모른 채 건설공학으로만 접근해 실패했죠. 너무 짧은 기간 큰돈을 벌어 쉽게 생각했어요. 아이는 넷인데 대출이자가 수천만 원씩 쌓여가니 미칠 것 같았죠."

몇 달간 우울증에 시달린 그는 다시 삭발하고 부동산 시장을 알기 위해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다. 그 바람에 3개월 독하게 공부하고 합격한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삭발한 사진이 붙었다. 부동산 중개 사업에 뛰어든 그는 2019년 네이버에 전세 세입자 모임 카페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창업 아이디어를 네이버 카페에서 얻었어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에게 상담해 주며 4만 명 이상의 회원이 모였어요. 그때 부동산 임대 시장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2021년 아이엔을 창업했죠."
한국일보

아이엔에서 제공하는 '임차인' 앱. 부동산 이력 조회를 통해 깡통 주택 여부를 판별할 수 있게 돕는다. 아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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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막기 위한 11개 특허 등록


창업 후 강 대표는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한 각종 기술을 개발해 11개 특허를 등록했다. "임대 기간이 임박하거나 최종 계약 전 등기 변동이 발생하면 세입자와 중개사에게 알려주고 위험한 부동산을 다른 색으로 지도에 표시해 보여주는 기술 등을 개발했어요."

이를 반영한 것이 2022년 출시한 깡통 주택을 판단할 수 있는 '임차인' 앱이다. 이 앱은 현재 6만여 명이 이용한다. "주소를 입력하면 건물 매매 및 전세 이력이 떠요. 국토부의 공개 데이터를 가져오죠. 예를 들어 전세 보증금이 2억 원인데 집값이 2억 원이면 수상하죠."

임차인 앱은 제보를 받아 작성한 악성 집주인 이름도 알려주고 앱으로 확정일자까지 신청할 수 있다. "악성 집주인 제보를 받으면 등기부를 확인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요. 앱에서 명단을 검색할 수 있죠."

주목할 것은 대항력을 지키는 기능이다. 대항력이란 세입자가 잔금을 치르면 발생하는 권리다. 문제는 법적으로 잔금을 치른 날 밤 12시 이후, 즉 다음 날 대항력이 발생한다. 이를 악용해 이사이에 집주인이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기도 한다. "대항력 지키미 기능을 이용하면 잔금 치른 다음날 매매나 대출 등 변동 사항을 자동으로 확인해 세입자에게 알려줘요."

중개사가 사고 막아주는 서비스도 개시


강 대표는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공인중개사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2024년 8월 공인중개사를 위한 '중개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주소를 등록해 놓으면 해당 주소의 등기 변동이 발생할 때마다 자동으로 중개사에게 알려준다. 따라서 이중 계약이나 담보 설정 등 등기 변동을 중개사가 사전 파악해 세입자에게 알려줘 전세 사기를 줄일 수 있다. 즉 중개사가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전세 사기 사건이 발생하면 중개사는 모르는 일이라며 회피해 원망을 받았어요. 만약 중개사가 사고 위험을 알려주면 은인이 되죠."

이를 위해 중개사가 등기부를 저렴하고 편하게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등기부등본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재발급 없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발급 비용과 30분씩 걸리던 열람 시간을 3분으로 줄였다. "등기 변동은 매번 700원씩 내고 등본을 발급받아야 알 수 있어요. 중개인 서비스는 누군가 발급받은 등기부등본을 저장해 놓고 재열람할 수 있어요. 소속 지역은 무료로 볼 수 있고 다른 지역은 수수료 300원을 내면 되죠. 또 처음 등기부등본을 돈 내고 발급한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이 열람할 때마다 건당 100원씩 수수료를 줘요."

이는 공인중개사협회의 보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도금 치르는 과정에서 건물을 파는 등 등기 변동이 일어나는데 등본을 떼어보지 않아 중개사가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중개 사고 중 꽤 많은 부분이 등기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발생해요. 그 바람에 협회에서 연 110억 원의 보험 비용을 물어주고 있죠. 중개인 서비스를 잘 이용하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이런 효과 때문에 전국 11만 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손을 잡았다. 그래서 협회 회원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중개인 서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세 사기 예방 으로 신뢰를 쌓은 공인중개사가 이사나 청소, 실내장식, 가전 대여나 인터넷 설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수익 사업을 중개인 서비스에 추가할 계획입니다."

현재 중개인 서비스는 2,500명 이상의 공인중개사가 이용한다. "6월까지 기본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고 이후 이용 건수에 따라 월 5,000~5만 원의 비용을 받을 계획입니다. 앞으로 이용자를 5만 명까지 늘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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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진 아이엔 대표는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중개사가 등기부 열람을 쉽게 할 수 있는 '중개인' 서비스를 개발했다. 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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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부른 정책 바꿔야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강 대표는 임대에 어려움을 겪는 건물을 관리하는 '랜트윈' 서비스도 내놓았다. "세가 나가지 않는 빈집을 빌려 수리한 뒤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 숙소로 활용하며 수익을 건물주와 절반씩 나누는 서비스죠. 공인중개사는 건물 관리를 맡아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어요."

강 대표는 전세 사기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정책 실패를 꼽았다. "전세 사기를 저지른 사람들을 보면 혼자 수십 채, 수백 채 집을 사들였어요. 한 명이 수백 채 집을 갖는 것이 말이 되나요. 소유 주택수를 제한해야죠. 전세보증보험의 가입비율도 더 줄여야 해요. 보증보험을 공시가격의 126%까지 제공하니 그것으로 때우려고 하죠. 허점을 갖고 있는 정책 실패를 시장 문제로 돌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창업을 통해 그가 지향하는 것은 기술로 사람을 이롭게 하는 휴먼테크다. "부동산기술(프롭테크) 업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보다 더 큰 범위를 지향해요. 단순 부동산 거래를 기술로 돕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부동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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