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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르포]을사년 맞이한 차분한 제야의 종…尹 관저 앞은 '떠들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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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새해 소망 빌어…"나라 안정됐으면"

대통령 관저 앞 보수 유튜버 결집…카운트다운 직후 "윤석열" 연호

뉴스1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보신각 뒤로 30m크기의 태양 조형물이 떠오르고 있다. 이번 타종행사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 애도기간에 따라 축소 진행됐다. (공동취재)2025.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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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 8…3, 2, 1"

(서울=뉴스1) 이기범 홍유진 김민재 기자 = 을사년 첫날인 2025년 1월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새해를 맞는 종이 어김없이 울렸다. 보신각 옆에 설치된 화면 속 숫자가 '0'을 가리키자 시민들은 목소리 높인 환호성 대신 작은 탄성과 함께 조용히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후 축소된 행사…"나라 안정됐으면"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4일까지 이어지는 애도 기간에 따라 새해맞이 행사도 최대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보신각에서도 예년보다 적은 수의 시민들이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석했다. 타종행사는 화려한 조명과 음악을 곁들인 사전 공연 없이, 차분함을 유지했다.

타종식이 시작되기 10분 전부터 "애도 기간에 따라 공연을 빼고 엄숙하게 진행한다"는 안내 방송이 반복됐다. 사회자인 방송인 오상진 씨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언급하며 "피해자들을 위한 애도의 시간을 갖겠다"며 묵념했고, 시민들도 고개를 숙였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가족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 모 씨(50·여)는 "거의 매년 제야의 종 행사를 찾는데 이번에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놀랐다"며 "원래 노래도 나오고, 사람도 엄청 많고, 폭죽도 터지고, 다 같이 함성을 지르고 그런 분위기를 느끼려고 오는데 오늘은 굉장히 차분하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2025년에는 우리 가족 건강과 정의로운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는 새해 소원은 작년과 똑같았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엔 최대 10만여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신각 앞에 모인 시민들의 규모는 경찰이 친 통제선까지 미치지 못했다. 보신각 건물 바로 인근에만 시민들이 모인 수준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무안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친 탓이다. 전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1953년부터 70년 넘게 이어진 대표적인 연말 행사는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됐다.

아내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장 모 씨(65·남)는 "일단 나라가 좀 안정됐으면 좋겠다. 경제도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뭐든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경남 지역에서 온 강 모 씨(28·남)는 "처음 와봤는데 아무래도 애도 기간이라 차분한 분위기인 거 같다"며 "내년에는 순탄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제발 환율 좀 떨어져서 여행 가고 싶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과 이란 국제 부부인 박민수(32·남), 아루샤(33·여) 씨는 "해외에서처럼 다 같이 환호하는 축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일(제주항공 참사)이 있다 보니 차분하게 진행된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예정됐던 '제야의 종 타종행사'의 공연과 퍼포먼스를 취소하고, 타종식을 중심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타종행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등 정치인을 제외한 민간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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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시민대표들이 타종하고 있다. 이날 타종에는 서울시 문화 분야 명예시장인 배우 고두심 씨, 한국 야구계 대표 지도자 김성근 감독, 39년째 쌀 나누기 봉사를 이어온 신경순 씨, 45년간 700회가 넘는 헌혈을 실천한 이승기 씨 등 시민대표 9명과 서울시 대표 상징물 캐릭터 해치가 참석했다. (공동취재)2025.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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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유튜버 성지된 대통령 관저 앞…"윤석열" 연호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보수 유튜버들의 성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연 주최 측은 31일 오후 10시 26분쯤 해산을 선언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이 남은 가운데 유튜버 20여 명이 실시간 방송을 하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언론을 믿으면 안 된다. 유튜브를 보라"며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남아 있는 집회 참가자들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채널을 홍보했다. 또 주로 20·30대 젊은 참가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며 "기특한 젊은 친구 한마디 해달라"고 말했다.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며 "이재명 구속", "윤석열 대통령님 저희가 지킬게요" 등을 외치기도 했다.

일부는 반중 혐오 정서를 내비치며 구독자들을 집결시키기도 했다. 취재 중인 기자에게 소속과 이름을 밝히라며 "중국 말을 한다는 제보를 들었다"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1일 0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이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과 함께 "윤석열, 윤석열"을 연호했고 뒤이어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집회 참가자 일부는 애국가를 제창하기도 했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직후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으로 집결한 이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밤샘 집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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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보수 유튜버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인터뷰 하고 있다. 2025.1.1/뉴스1 ⓒ News1 김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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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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