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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외신이 주목하는 3대 의혹...'새, 보잉, 콘크리트' [제주항공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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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6년 만에 최악 인명 피해
1차 원인으로 조류 충돌...기체 마비 원인은 의문
보잉의 품질 불량 의심, '베스트셀러' 믿을만 하다는 주장도
활주로 끝 로컬라이저는 한 목소리로 비난...콘크리트 과해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 30일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촬영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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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에서 이번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에 주목하는 가운데 3가지 사고 원인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조류 충돌 사례, 보잉의 품질 관리, 공항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에 주목하면서 이번 사건이 올해 세계 항공업계에서 최악의 참사이자 6년 만에 가장 심각한 인명피해라고 지적했다.

6년 만에 최악 참사, 美는 조류 충돌 증가
미국 AP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번 사건이 올해 최악의 항공 참사라며 역대 가장 많은 희생자(583명)를 냈던 1977년 스페인 테네리페 섬 항공기 충돌 사고를 언급했다. 같은날 워싱턴포스트(WP)는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규모가 179명으로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라이언에어 추락 사고(189명)에 이어 6년 만에 최대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날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접근하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 2216편은 오전 8시 59분 관제탑에 '메이데이(조난)'이라고 3번 외친 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이라고 알렸다.

CNN은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을 인용해 1988~2023년 사이 야생동물과 충돌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최소 350대의 민항기 및 군용기가 파괴되고, 49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국 항공교육기관 어드밴스드에어크루아카데미의 에리카 암스트롱 부사장은 조류 충돌로 엔진 및 유압장치가 고장 날 수 있다며 "우리는 항상 엔진 고장에 대해 교육한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조류 충돌만으로는 착륙장치 가동 불능을 설명할 수 없다며 수동으로 바퀴를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FAA가 지난해 6월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3년에 1만9603건의 항공기 조류 충돌이 보고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4% 늘어난 숫자였다. FAA는 2023년 증가율이 2022년에 비해 2배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2023년 3월에는 쿠바 호세 마르티 공항에서 이륙한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보잉(B)-737 맥스 8' 여객기가 조류 충돌로 2번 엔진이 멈춰 같은 공항에 긴급 착륙하기도 했다. 당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무안 공항에 추락한 기종은 'B-737 800'으로 맥스의 이전 모델이며 이미 단종 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30일 여러 전문가들을 인용해 조류 충돌로 각종 안전장치가 모두 멈출 가능성이 낮다며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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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월 25일 인천 중구 영종도 조류 서식지에서 인천공항 조류퇴치 전담팀원들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을 막기 위해 조류 퇴치 시연을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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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품질 문제 다시 도마 위로
지난해 창립 108주년을 맞은 보잉은 2012~2018년에 걸쳐 세계 항공기 시장 1위를 지켰으나 2018년 라이언에어,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 추락사고 이후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두 사고기 모두 B-737 맥스 8이었다.

미국 항공 당국은 현재 보잉의 737 맥스의 월간 생산량을 38대 이하로 제한하고, 안전 및 품질 검사 절차를 강화했다. 보잉은 생산 제한으로 무더기 계약 취소를 겪어 경영난에 빠졌으며, 계속되는 품질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면서 당국의 제한량을 채우지도 못했다. 보잉은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파업을 겪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국내에 등록된 101대의 B-737 800을 대상으로 전수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뉴욕 증시의 보잉 주가는 전일 대비 2.31% 내린 주당 176.55달러로 장을 마쳤다. 보잉 주가는 지난해 이미 약 31% 급락했다. 야후파이낸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보잉의 항공기가 지난해 1월 알래스카항공 동체 파손 사건에 이어 또 문제를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다국적 항공 정보 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B-737 800를 사용하는 항공사는 전 세계 180곳에 달한다. 운항중인 기체는 약 4400대로 세계 상업용 항공기 중 17%에 해당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B-737 800 기종이 1997년 출시되어 세계 곳곳에 5000대 이상 팔린 모델이라며 오히려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안국제공항 사고기는 2009년 9월에 생산되었다.

미국 항공 컨설팅 업체 에어로다이나믹어드바이저리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상무이사는 지난달 30일 미국 경제매체 CNBC를 통해 "이제 와서 B-737 800의 설계 결함을 발견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잉은 이번 참사 직후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으며 4명의 관계자를 파견해 사건 감식을 돕기로 했다.

그러나 B-737 800은 지난 2022년 추락(중국 동방항공)으로 132명의 사망자를 초래했고 지난해 3~5월에도 크고 작은 사고에 휘말렸다. 네덜란드 KLM항공의 B-737 800은 이번 사고 전날인 지난달 28일, 유압 장치 고장으로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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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7일 촬영된 미국 알래스카항공 소속 '보잉(B)-737 맥스 9' 사고기 파손 부위. 해당 기체는 촬영 이틀 전 비행 중에 비상 출입구가 뜯겨나가는 사고를 겪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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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소리로 콘크리트 구조물 지적...'왜?'
해외 전문가들은 사고기의 고장 원인에 여러 의견을 내놓았지만 활주로 끝에서 사고기를 가로막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의문을 제기했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비행장 설계 지침을 통해 활주로 인근 구조물을 "부서지기 쉽게" 만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는 2m 높이의 콘크리트 토대 위에 설치되었다. 로컬라이저는 조종사의 착륙을 돕는 계기착륙장치(ILS)를 구성하는 장비 중 하나다.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는 비록 주변에 흙이 덮여 있었지만 사고기의 충돌 당시 충격을 흡수하지 못했고 결국 기체 폭발을 유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규정에 따라 방위각 시설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보도에서 이번 사건이 지난 1999년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 공항에서 발생한 아메리칸항공 1420편 사건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강한 폭풍으로 착륙이 지연됐던 1420편은 착륙 도중에 활주로를 벗어나 철제 조명 지지대를 들이받았다. 기체는 지지대를 뚫고 지나갔으며 불도 붙었다. 해당 사건으로 탑승원 145명 가운데 9명이 즉사했고 2명은 입원 중 사망했다. 나머지는 110명이 다쳤지만 목숨을 건졌다.

제주항공 2216편은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가지 못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나즈메딘 메슈카티 공학 교수는 NYT를 통해 "딱딱한 구조물은 항공기가 미끄러져 충돌할 때 재앙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활주로 이탈은 자주 일어난다"며 세계 각지의 공항들이 이탈 사고에 대비해 부드러운 방어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세계 다른 공항에서도 콘크리트로 안테나를 고정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 같은 곳에는 '활주로 이탈 방지시스템(EMAS·이마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시설은 활주로 끝을 잘 부서지는 재질로 포장해 항공기 속도를 늦추는 장치다. 국내 한국공항공사 관할 공항에는 해당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없다. 미국 항공 컨설팅 업체 구제티항공의 제프 구제티 창업자는 "이마스 같은 것이 없다면 활주로에는 명확한 안전 지대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콘크리트 안테나 지지대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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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계기착륙장치(ILS) 사례.미국 연방항공청(FAA)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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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월 19일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찰스턴 예거 공항에서 활주로를 벗어난 항공기가 활주로 이탈 방지시스템(EMAS·이마스)에 멈춘 모습.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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