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수괴’ 체포영장 발부 사유는···‘체포 가능성’은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이 7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8월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오찬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31일 발부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참여하고 있는 공조수사본부는 조만간 영장을 집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대통령경호처가 막아설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공수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이 있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등에 대한 수색영장도 함께 발부했다. 체포영장에는 윤 대통령의 혐의가 ‘내란 우두머리(수괴)’로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우려가 있으며,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와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데다, 윤 대통령의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지시 등 내란 혐의도 상당 부분 소명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은 범죄 혐의의 상당성이 인정되고,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도 반복해서 출석을 불응할 경우 발부된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는 공범인 피고인들의 공소 사실에서도 드러났다. 김용현 전 장관 등의 공소 사실을 보면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국회의원 체포 지시 및 군 병력의 국회 진입 지시를 직접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원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불법수사”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영장 발부 자체가 수사권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할 수 있고 내란 혐의가 직권남용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다는 논리로 수사를 해왔는데, 사실상 법원이 공수처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윤 대통령 수사를 위한 한 고비는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체포영장을 순조롭게 집행할 수 있을지는 블투명한 상황이다. 경호처가 공수처와 경찰 등이 공조하고 있는 공조수사본부 수사관들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경호처는 ‘군사·공무상 비밀’에 대해 압수수색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110·111조 규정을 앞세워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막았던 전례가 있다. 경호처는 이날도 “(체포)영장 집행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공수처와의 충돌을 예고했다.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내년 1월6일까지 일주일이다. 공조본은 영장 집행 방식이나 시점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전에 윤 대통령 측과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에 대해 “통상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이상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조사실에서 조사한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할 방침이다. 계속 신병을 확보하려면 공수처가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재판에 넘기기 전까지 체포기간을 포함해 최대 20일간 구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향후 이뤄질 수사에 모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라서 체포되더라도 실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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