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로컬라이저가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장련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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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해외 항공 안전 전문가들은 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착륙 유도 장치(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피해를 키웠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 ‘항공안전재단’의 하산 샤히디 회장은 30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공항 내) 구조물 배치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결정된다”며 “조사관들은 이런 구조물이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WP는 “예를 들어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충돌 시 부서지기 쉬운 구조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샤히디 회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보통 활주로 근처의 구조물은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 쉽게 파손될 수 있도록 만들어 충격이 치명적이지 않다”며 “하지만 영상에서 본 장면은 매우 두꺼워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과의 정면충돌이었다”고 했다.
전직 항공기 파일럿 더그 모스는 공항의 설계가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주로를 완전히 평평하게 만드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에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특이한 공항 설계도 많이 봤다면서도 “이번 것은 최악(this one takes the cake)”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했다.
전직 조종사이자 현재 항공 안전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존 콕스는 WP에 “비행기가 활주로를 미끄러지는 영상을 보면 조종사가 어느 정도 통제력을 유지했음을 알 수 있다”며 “구조물이 없었더라면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항공 안전을 연구하는 서던캘리포니아대 나즈메딘 메시카티 공학과 교수는 NYT에 “로컬라이저가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 단단한 구조물이 항공기 충돌 당시 치명적이었다”고 했다.
영국의 항공 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의, 아마도 전부가 생존했을 것”이라고 했다.
리어마운트는 사고 여객기가 랜딩기어(착륙 장치)와 플랩(주날개 뒤쪽에서 착륙 때 빠져나와 속도를 늦춰주는 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날개가 수평을 유지하는 등 착지가 최선의 수준으로 이뤄졌고, 동체 착륙 뒤 활주로를 미끄러지는 동안에도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짚으며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원인은 착륙 자체 때문이 아니라, 활주로 끝 바로 너머에 있던 단단한 장애물이 항공기와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조종사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도 로이터통신에 “그런 콘크리트 구조물은 흔치 않다”며 “보통 활주로가 끝나는 곳에 벽을 세우진 않는다”고 했다.
48년 경력의 베테랑 파일럿인 크리스 킹스우드 역시 BBC에 “활주로에서 일정 거리에 있는 장애물은 항공기와 충돌 시 부서져야 한다”며 “이 정도로 단단한 구조물은 일반적이진 않다”고 했다.
다만 킹스우드는 잔여 연료 등을 고려할 때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폭발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연료는 날개에 저장되기 때문에 날개가 파열되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며 “그래서 벽이 없었다고 해도 결과가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사고의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원인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소냐 브라운 박사는 가디언에 “조류 충돌은 아주 흔한 일이기에 현대의 항공기 설계에는 이미 그런 조건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며 “이 사고에는 이보다 더 많은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섬왈트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전 의장은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기장으로서 10년 동안 보잉 737 계열 항공기를 조종했는데 랜딩기어는 (파일럿이 수동으로) 내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따라서 진짜 질문은 여기서 일이 어떤 수순으로 전개됐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랜딩기어는 수동으로도 작동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에서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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