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충돌 사례 해마다 증가...무안, 발생률 1위"
겨울철 철새 150만마리...기후변화·수렵인 영향
계절·시간대별 인력 유동화 필요...첨단 장비 확보도
사진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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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1차 원인으로 조류 충돌이 언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지역 공항의 조류 충돌 발생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겨울철에 130만~150만마리의 철새가 우리나라에 몰려드는 등 조류 관리가 중요한데, 퇴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14개 공항(인천국제공항 제외)의 조류 충돌 사례는 2019년 91건에서 지난해 13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8월까지 58건이 발생했다.
특히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발생 건수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0건이다.
황조롱이, 참새, 제비, 청둥오리 등 조류 종류는 다양하다.
이 기간 무안국제공항을 오간 항공기는 총 1만1004편으로 발생률은 0.09%로 추산된다. 발생률로 따지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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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철새 150만마리...수렵인까지 줄어 관리 어려움
조류 충돌은 새가 비행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서 충돌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새가 빠른 속도로 상승 또는 하강 중인 항공기와 부딪힐 경우 엄청난 충격을 주는데, 이륙 중인 항공기가 몸무게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와 충돌했을 때 순간 충격은 4.8t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항 인근에서 비행기와 조류 충돌이 잦은 것은 장애물이 없고 소음 피해가 적은 바닷가를 최적의 입지로 꼽는 공항과 이를 서식지로 삼는 조류의 이동 경로가 겹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는 통상 9월에 도래가 시작돼 11월부터 개체수가 본격적으로 증가, 12월부터 1월까지 월 최대 130만~150만 마리로 정점에 달한다.
환경부가 최근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 200곳을 대상으로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적으로 95종 총 132만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확인됐다.
한국에 머물다가 겨울을 나러 동남아 지역으로 이동하던 철새들은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자 더 이상 이동하지 않고 텃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난 무안국제공항도 인근에 갯벌이 있어 철새의 먹이가 많고 휴식할 곳도 많아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의 중간 기착지이다.
괴산, 예천 등 지역에서 수렵 활동을 해온 박모(61)씨는 "코로나19 당시 감염 등 이유로 3년간 수렵활동이 제한됐고, 그 조치가 풀어진지 오래지만 이후 수렵인들 수가 급감했다"며 "조류는 해마다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무안공항 주변에서 밀렵행위가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철새들이 높이 솟아오르는 것은 대부분 총소리와 같은 외부 위협에 놀랐기 때문이고 이것이 조류 충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한국공항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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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시간대별 인력 유동화 필요...첨단 장비 확보도
공항 소속 조류 퇴치 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연희 의원실 자료를 보면, 전국 14개 지방공항(인천국제공항 제외)의 조류 퇴치 인원은 총 100명이다.
운항 편수가 많은 김포가 23명으로 가장 많고, 제주 20명, 김해 16명 등이다. 무안국제공항은 4명으로, 사고 당일 야외 전담인력은 1명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류 관리하는 인원을 확대하는 한편, 조류 탐지 레이더 같은 첨단 시스템을 통해 조종사에게 충분히 사전 정보를 제공하는 등 철새 관리와 비행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3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항 지역 새 출현은 보통 아침, 저녁으로 이뤄지는 만큼, 퇴치 인력을 일괄적으로 배치할 게 아니라 시간대별로 유동성있게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계절적, 시간대별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공 교수는 "새를 쫓는 첨단 장비와 관련한 주기적인 성능 점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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