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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대학들 “재정난 더는 못버텨” 인상 예고… 정부 ‘당근책’ 통할까 [심층기획-16년째 발 묶인 대학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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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동결 기조 깨지나

대학 “정부규제에 동결… 참을 만큼 참았다”

인상 시 3500억원 규모 국가장학금 제한

규제 전후 1인당 등록금 인상률 1% 그쳐

학생수 감소·물가상승 영향 재정악화 속

대학가 “등록금 올리는 게 오히려 이득”

“장학금 규제 완화”… 달래기 나선 정부

2025년 등록금 상한율 5.49% 확정 불구

교내장학금 규제 풀어 동결 기조 독려

교육부 “최대한 대학과 소통… 동참 요청”

일각 “학교·학생 간 마찰 우려” 지적도

16년째 이어진 정부의 등록금 인상 간접 규제에 대학 사이에서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오래된 재정난에 대학들의 인내심이 바닥난 데다 정부가 대학을 구슬리던 국가장학금 지원도 효과가 떨어지면서 서울의 주요 대학들까지 등록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올해까지만 해도 등록금 인상은 일부 비수도권 사립대의 ‘일탈’로 여겨졌지만, 내년에는 ‘대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대신 교내 등록금을 줄일 수 있도록 했지만, 등록금 인상 움직임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계일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들이 2022년 1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등교육재정확충 법률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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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이어진 규제… 대학 “못 참는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각 대학의 등록금은 대학의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고등교육법은 등록금 인상 상한을 ‘직전 3개 연도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로 규정하고 있다. 즉, 대학이 자율적으로 해당 기준 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반대 대부분은 16년째 등록금을 동결 중이다. 정부의 간접 규제 영향이다.

정부는 2009년 재정지원사업에 등록금 인상 여부를 연계하기 시작했고,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장학금Ⅱ는 3500억원 규모로, 대학마다 수십억원이 지원돼 대학 입장에선 포기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이 ‘울며 겨자 먹기’로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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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긴 규제로 재정난이 심화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난이 이어지면서 대학 사이에서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교대 등 제외) 1인당 연평균 등록금은 2008년에서 673만원에서 2022년 679만4000원으로 1% 올랐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등록금은 같은 기간 823만7000원에서 632만6000원으로 오히려 23.2% 감소했다. 등록금이 주 수입원인 대학들은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 등록금만 제자리여서 고통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최근 소비자물가가 크게 올라 국가장학금 지원의 ‘약발’이 다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등록금 인상 상한은 2022년까지는 1∼2%대에 그쳤지만, 2023년 4.05%로 오른 뒤 올해에는 5.64%까지 치솟았다. 내년은 5.49%로 확정됐다. 대학 입장에선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이득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등록금을 인상한 일반대가 나왔다. 2023년 학부 등록금을 3.95% 인상한 동아대 이해우 총장은 지난해 교육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받을 수 있는 국가장학금Ⅱ 지원은 20억원인데 등록금 인상으로 생긴 여유 자금은 50억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대학들도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렸지만, 올해까지는 선뜻 올리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 등록금을 올려 ‘미운털’이 박히면 교육부의 다른 사업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등록금 인상 대학에 유감을 표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경고’로 작용했다. 등록금 인상 대학은 지난해 17개교에서 올해 26개교로 소폭 늘었으나 대부분 교대나 소규모 종교대학 등이고, 대다수의 대학은 올해까지 등록금을 동결했다

내년은 분위기가 다르다. 총장들은 참을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주요 대학 총장은 “작년 초엔 교육부가 ‘총선이 지나면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해서 참았는데 달라진 게 없다. 이제 참을 만큼 참은 것 같다”며 “서울의 다른 대학 총장들과도 등록금을 올리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총장도 “등록금이 오래 동결돼 학생들도 등록금 인상에 거부감이 크지 않다. 차라리 등록금을 좀 올리고 시설을 고쳐달라는 이야기도 한다”며 “내년엔 비수도권뿐 아니라 서울 주요 대학들도 많이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등록금을 인상했던 동아대가 교육부의 지원사업(글로컬대학)에 선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대학 총장은 “교육부 사업에 불이익받을까 봐 등록금을 인상 안 했던 건데 등록금 인상 대학에 특별한 불이익이 없더라”며 “정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최근 전국 4년제 사립대 총장을 조사한 결과 3분의 2가 ‘내년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거나 인상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교내장학금 감축’ 꺼내든 정부

상황이 심상치 않자 교육부는 최근 교내장학금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가장학금Ⅱ 지원을 받으려면 등록금 동결·인하 외에 ‘교내외장학금 전년 수준 유지’란 조건이 있는데, 교내장학금을 10% 줄여도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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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서울 주요 사립대인 A대의 경우 연간 등록금 수입액 1826억원, 교내장학금은 등록금 수입액의 17.7%인 324억원, 정부로부터 받는 국가장학금Ⅱ 지원은 39억원가량이다. A대가 등록금을 내년 인상 상한(5.49%)까지 올리면 등록금 수입은 100억원 늘지만 국가장학금Ⅱ 지원은 포기해야 한다. 만약 등록금을 올리지 않으면 교내장학금을 32억원 줄일 수 있고 국가장학금 지원도 받아 71억원을 보전받는 효과가 있다. 이 경우 등록금 인상보다 경제적 효과는 작지만, 대학 입장에선 ‘등록금을 인상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밑지는 장사’는 아닐 수 있다.

교내장학금 비율이 높은 대학은 등록금 인상보다 동결이 경제적 효과가 클 수도 있다. 서울의 B대는 연간 등록금 수입액 1464억원, 교내장학금 377억원(25.7%), 국가장학금Ⅱ 지원 49억원으로, 등록금을 5.49% 인상했을 때 추가 수입 80억원, 교내장학금 감축(38억원)과 국가장학금 지원으로 보전되는 금액은 8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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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은 교내장학금 비율, 국가장학금 지원 규모 등 상황이 달라 등록금 인상과 동결 중 어떤 쪽이 유리할지 고심 중인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내장학금 비율은 평균 18%고 서울 사립대는 더 높다. 대학에서 교내장학금 규제라도 완화해달라는 의견이 많아 수용한 것”이라며 “정책 발표 후 여러 대학이 ‘등록금 동결을 고려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이날 내년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정부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엿보인다.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교내장학금 감축은 학생에게 갈 혜택을 줄이는 것이라 학생들과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의 한 대학 총장도 “교내장학금 감축도 결국 미봉책”이라며 “근본적으로 대학 재정 위기를 해결해줄 수 없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내년 등록금 확정 전까지 최대한 대학들과 소통하고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국가장학금 지원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교내장학금을 줄여도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지 않는다는 점 등 제도 취지를 대학에 설명하고 있다”며 “대학의 어려움을 알지만 민생 어려움도 커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 기조 동참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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