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해외 증시 전망]
미국 S&P500지수는 지난해 24.2% 올랐다. 올해는 3거래일을 남겨 놓은 지난 26일까지 26.5% 상승했다. 이전에 S&P500지수가 2년 연속 20% 이상 오른 적은 3번밖에 없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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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지수는 1935년과 1936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20% 이상 상승했고 1937년에는 37% 급락했다. 두 번째로 1954년과 1955년에 20% 이상 올랐고 1956년에는 2.6%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세 번째는 1990년 중반 닷컴 버블이 한창 부풀어오를 때였다. 당시 S&P500지수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4년 연속 20%가 넘는 강세를 지속했다. 1999년에는 상승률이 20%를 넘지는 못했지만 거의 2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5년 연속 급등세의 후유증은 심각했다. S&P500지수는 2000년 3월 닷컴 버블이 터지며 급락하기 시작했고 2002년까지 3년 연속 하락하며 거의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증시는 올해 역사상 4번째로 2년 연속 20%가 넘는 상승세를 보인 뒤 내년에 3년차를 맞는다. 내년 미국 증시는 1937년과 같은 추락일까, 1956년과 같은 소폭의 강세일까, 1990년대 중반과 같은 버블성 급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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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내년 미국 증시 10% 상승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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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 프로가 월가 주요 투자은행 및 리서치회사 1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말 S&P500지수 목표치 평균은 6643으로 지난 26일 종가 6037.59 대비 10.0% 높은 수준이다.
월가의 내년 S&P500지수 전망/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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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낙관적인 오펜하이머는 내년 말 S&P500지수 목표치를 7100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6일 종가 대비 17.5% 높은 수준이다. 반면 가장 낮은 UBS의 목표치 6400은 지난 26일 종가보다 6.0% 높은 수준이다. 내년 미국 증시가 지난해와 올해보다 낮은 6~18%의 수익률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이 내년에 273.25달러로 15% 성장하고 2026년에는 309.37달러로 13%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12개월 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S&P500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26일 종가를 기준으로 22.1배였다. 내년 말 S&P500지수가 월가 전문가들의 목표치 평균인 6643으로 마감한다면 선행 PER은 21.5배로 낮아지게 된다. 선행 PER이 최근의 21~22배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월가 전문가들의 내년 S&P500지수 목표치는 합리적인 셈이다.
하지만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증시가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AI(인공지능) 호황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규제 완화 및 감세로 증시가 내년에도 20%가 넘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버블이 부풀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증시의 역사는 이 예측을 지지한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지난 97년 동안 미국 증시는 0~10% 한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기보다 10~20%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확률이 더 높았다. 미국 증시는 지난 97년 가운데 53%의 기간 동안 1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시가 하락한 경우는 전체 기간의 33%였다.
지난 97년간 S&P500지수의 연도별 수익률 분포/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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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감세, 규제 완화…폭발적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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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내년 말 S&P500지수 목표치를 가장 높게 제시한 오펜하이머 자산운용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존 스톨츠푸스는 낙관의 근거 중 하나로 AI 기술의 발달을 꼽았다. AI는 1920년대에 자동차가 등장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킨 것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우리는 지상 낙원이나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골디락스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 전반에 걸쳐 도전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핵심 분야에서 더 큰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는 AI의 진정한 잠재력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1990년대 중후반 닷컴 버블 때에는 없었던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도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규제 하나를 도입할 때마다 10개의 규제를 없애겠다고 공약할 정도로 규제 완화를 강조해왔다.
AI와 규제 완화는 기업들의 이익률을 확대시켜 이익 규모를 늘리고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법인세율이 현재 23%에서 15%로 대폭 인하되면 기업들의 EPS가 현재보다 2.3~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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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인하 중지는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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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하는 리스크 요인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중단이다. 연준은 이달까지 3번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뒤 앞으로는 경제 상황을 지켜보며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래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채권팀장인 바이런 앤더슨은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 2%보다 훨씬 높은 곳에 머물러 있고 실업률도 (크게 올라가지 않고) 정체돼 있지만 연준은 금리를 계속 내렸다"며 "이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을 지켜보며 쉴 때가 됐다"고 말했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잭 맥킨타이어는 "연준은 이제 새로운 국면, 즉 금리 인하 정지 단계에 돌입했다"며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은 금리 인하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동등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고 정책 불확실성은 내년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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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인상의 후폭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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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증시 압박 요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해온 관세 인상이다. 소시에떼 제너럴의 수석 미국 주식 전략팀장인 매니쉬 카브라는 관세 인상이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을 2~3%가량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관세 인상의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할 것이란 이례적인 전망도 있다. BCA 리서치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피터 베레진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감세가 기업들의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무역전쟁의 가능성은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소비자들에게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내년 말 S&P500지수 목표치를 4450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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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가 부담에 깊어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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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S&P500지수의 선행 PER은 22배 수준으로 닷컴 버블 때와 코로나 팬데믹 강세장 때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하지만 트리베리에이트 리서치의 설립자인 애덤 파커는 밸류에이션은 증시의 단기 방향을 예측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PER이 향후 12개월간의 증시 수익률과는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S&P500 기업들 가운데 이익률이 높은 기술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과거와 같은 잣대로 PER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커는 AI가 기업들의 이익을 늘린다면 현재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싸 보인다고 말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글로벌 주식 파생상품 리서치팀장인 벤자민 보울러는 전기와 자동차가 확산되는 가운데 캘빈 쿨리지 대통령이 작은 정부와 감세 정책을 추진한 1920년대 이후에 기술 혁신과 규제 완화가 동시에 진행된 적은 지금밖에 없다며 "버블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증시 버블이 커지면 변동성도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역사적으로 증시 밸류에이션이 지금처럼 팽창했을 때 리스크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는 1990년대 닷컴 버블 후반기 때처럼 변동성이 커지며 증시가 급등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높은 밸류에이션과 향후에 있을 손실 리스크를 감내하고 버블 파티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주가 상승을 옆에서 지켜만 보며 인내심을 시험할 것인가. 투자자들은 내년 증시를 눈앞에 두고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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