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3 (금)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수세 몰린 우크라 “나토 국경서도 북한군 보게 될 것” 지원 호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 트럼프 취임前 대대적 공세

휴전협상 겨냥해 영토확보 작전

“우크라의 나토가입 저지가 목표”

우크라, 러 본토 드론공격 대응

동아일보

23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대전차 미사일의 발사 모습. 최근 러시아는 남서부 쿠르스크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속속 점령 지역을 넓히고 있다. 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러시아를 멈추지 않으면 러시아 군복을 입은 북한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경 근처에 나타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세를 막지 못하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나토 회원국의 국경 앞에도 나타날 수 있다며 서방의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은 29일 텔레그램에 “북한군은 이미 유럽 영토에서 싸우고 있다. 누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라며 러시아 견제를 위한 전 유럽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과감한 결정과 강력한 행동이 필요한 때”라며 서방의 지원도 거듭 촉구했다.

우크라 “나토, ‘하이브리드 위협’ 대비해야”

예르마크 실장은 이날 “유럽 각국과 나토 회원국은 국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위협’을 필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최근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발트해에서 해저 전력 케이블이 손상된 사건을 거론했다.

핀란드 정부는 그 배후로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을 지목했다. 그림자 선단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사회의 각종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자국산 원유의 수출을 위해 비밀리에 운영하는 선박을 뜻한다. 나토는 그림자 선단이 의도적으로 해저 케이블 같은 핵심 인프라를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북한과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전 유럽의 공동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 등 격전지에서 러시아에 밀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올 8월 6일 쿠르스크주 수미 일대를 점령했지만 최근 점령지의 절반가량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몇 달 안에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점령지 전체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아일보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30일 러시아 국방부는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하루에 400명씩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쿠르스크주 코레넵스키에선 우크라이나군이 후퇴하며 버리고 간 미국산 M113 장갑차를 러시아군이 획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러시아군은 29일 도네츠크주 노보트로이츠코예도 점령했다. 이곳은 우크라이나 핵심 병참기지인 포크로우스크로부터 10km 떨어져 있다. 러시아는 인근 셰우첸코 일대로도 진격하고 있다. 포크로우스크와 불과 5km 거리다.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토를 향해 무인기(드론) 공격을 강화했다. 또 내년 1월 1일부터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서유럽에 공급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관도 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주요국의 에너지 대란이 우려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러시아산 가스 운송이 끊기면 전 유럽이 연간 1200억 유로(약 184조 원)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책을 호소했다.

러 “우크라 나토 가입 불가”… 트럼프 제안 거부

양측은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후 본격화할 휴전 협상을 앞두고도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둘러싼 이견이 상당하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20년간 연기할 테니 나토 회원국 군대로 구성된 평화유지군을 우크라이나에 주둔시키자’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할 수 없다’며 맞선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30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나토 확장은 현 사태를 일으킨 근본 원인”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비동맹 지위 확보(나토 가입 불허)는 러시아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군의 쿠르스크주 파병을 비판하는 서방을 두고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주 침공, 서방의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우크라이나의 행위 뒤에 모두 서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