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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아듀~ 프랑사프리크"…코트디부아르도 프랑스 군대 철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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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도 연내 철수, 차드는 방위협정 종료… 프랑스, 아프리카 대륙 영향력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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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산 와타라(Alassane Ouattara)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방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아프리카 대륙 48개국 정상들은 오는 4일부터 5일까지 일산과 서울에서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갖는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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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가 서아프리카 다른 나라들에 이어 프랑스 군대 철수를 발표했다. 서아프리카에서 가뜩이나 약화된 프랑스의 군사 영향력이 더 약화하는 형국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BBC등 외신에 따르면 알라산 와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자국 군대의 현대화를 감안해 수도 외곽의 프랑스군 군사 캠프를 인계한 후 프랑스군이 철수한다고 밝혔다. 프랑스군이 운영하는 포르부에의 군사 보병대대는 코트디부아르 군대에 넘겨질 예정이다.

코트디부아르에는 프랑스 군인 약 600명이 배치돼 서아프리카에 남아있는 프랑스군 중 가장 큰 병력이 상주해왔다. 사헬지역의 이웃나라 세네갈의 경우 350명의 프랑스 군인이 있다. 그러나 이 약 1000명의 병력이 연내 한꺼번에 철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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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7일(현지시간) 니제르 수도 니아메 101 공군기지에서 1차 철군하는 미군 병사들이 수송기에 태울 장비들을 점검하고 있다. 양국은 니에마 주둔 미군의 철수를 완료, 아가데즈 주둔 미군도 모두 철수했다. 2023년 7월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니제르 군부는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지난 5월 전면 폐기했다. 미국은 정정이 불안한 서아프리카 사헬(사하라사막 이남) 지역내 이슬람 원리주의 확산 저지를 위해 몇몇 지역국에 파병하고 있으며 니제르에는 역내 최대 드론 기지인 아가데즈를 포함해 미군 약 650명을 주둔시켜왔다. 니제르 군부 정권은 인근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이웃 군사정권 간 사헬국가동맹(ASS)을 새로 구성했다. 이들 군사정권들은 이전 식민통치국이던 프랑스의 영향에서 벗어나 친러 성향을 보인다는 공통된 특징을 가진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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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은 지난달 코트디부아르보다 먼저 프랑스 군대 폐쇄를 발표하고 올해 연말까지 철수를 완료하기로 했다. 바시루 디우마예 파예 세네갈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주권을 실현하고 외국에 대한 군사 의존을 종식시키겠다는 공약으로 선출됐다. 차드 역시 서아프리카 지역 내 서방의 주요 동맹국이었지만 지난해 11월 프랑스와의 방위 협력 협정을 돌연 종료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서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었다. 와타라 대통령 본인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긴밀한 동맹을 형성해왔다. 말리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가 바그너그룹 같은 러시아의 민간 군사업체에 의지하는 것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는 10월 4선 출마를 노리는 와타라 대통령은 '반프랑스' 정서가 짙은 젊은 표를 얻기 위해 프랑스와의 상징적 단절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 서아프리카에서 식민 통치를 끝낸 프랑스는 이미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반프랑스 감정이 고조되자 해당 국가에서 군대를 철수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군대가 철수한 후 이들 국가들은 대신 러시아에 보다 밀착, 러시아가 사헬 전역에 용병을 배치하고 지하디스트 반군을 물리치는 데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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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쿠데타 군부 지도자 압두라흐마니 티아니 장군(오른쪽)이 지난해 7월 5일 니제르 니에마 공항에 도착한 부르키나파소 군부지도자 이브라힘 트라오레 대위를 위한 환영행사에서 함께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쿠데타 군부정권인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말리 3국은 2023년 9월 상호 방위조약을 통해 결성한 '사헬(사하라사막 남부지역) 국가동맹(ASS)'의 첫 정상회의를 이튿날인 6일 니에마에서 개최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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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프랑사프리크'(France+Afrique·프랑스와 구 프랑스 식민지 출신 아프리카 국가와의 관계를 지칭) 정책의 잔재로 아프리카에 있는 프랑스 군대는 가봉과 지부티를 더해 2000명 미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프랑스 국방성은 코트디부아르와 협력해 1월 말까지 군사 기지를 인도하되, 양국 군대 간 협력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줄이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프랑스 국방 정책 연설에서 "우리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겸손하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군대가 니제르에서 철수한 후 미국도 지난해 니제르에서 약 1000명의 병력을 철수했고 사하라 남쪽 끝 아가데스 근처의 1억달러 규모 드론 기지를 포기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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