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은 매년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현황을 정리해 리포트를 발간한다. 그중 지난 11월에 발간된 BCG의 리포트는 2024년을 “시장 회복의 초기 신호”가 포착된 해라고 정의했다. 2022년 초 급격한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침체기에서 벗어나 M&A 거래 규모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가장 중요한 지표인 글로벌 M&A의 거래 규모를 보면, 지난 3분기까지 약 1조6000억 달러(약 2300조원)를 기록하여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가 집계되었다. 거래 건수도 약 2만2440건으로 유사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8년, 2019년 동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약 30% 정도 거래 규모가 축소된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은 회복의 초기 단계라고 판단을 한 것이다.
김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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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것은 그런 회복의 신호가 전 세계적으로 균등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가별 상황이 판이하다. 미국은 3분기까지 약 9200억 달러의 거래 규모를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나 성장하며 글로벌 M&A 시장의 55%를 차지했다. 반면 독일은 같은 기간 거래 규모가 52%나 감소했다.
아시아 국가들도 거시 경제 상황에 따라 엇갈린 시장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가 66%, 일본이 37% 거래 규모가 증가한 반면, 중국은 -41%, 호주는 -7%로 감소했다. 전 세계 투자금이 미국·인도·일본으로 집중되고, 이들 주식 시장이 호황인 이유가 M&A 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BCG 집계에 따르면 3분기까지 한국 M&A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성장하여, 인도, 일본과 함께 ‘낙관적’이라고 평가됐다.
그러나 미 대선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4분기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효성특수가스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매각이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연료와 발전 분야에 대한 규제가 변화하면서, 지난 20일로 예정되어 있던 SGC그린파워의 매각도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한국이 다시 M&A 혹한기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사업계획을 수립하기도 어려워진 대기업들이, 성장을 위한 인수보다는 생존을 위한 매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투자 건으로부터 회수가 어려워진 사모펀드들도 신규 투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의 반전은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하루빨리 제거돼야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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