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부세종청사에 전남 무안공항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걸려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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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앞마당에 일제히 조기(弔旗)가 내걸렸다. 청사마다 깃대에 평소보다 낮게 태극기가 달렸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한 차례 송년회를 미룬 기획재정부 한 부서는 신년회마저 재차 연기했다. 29일 무안공항 여객기 추락 참사 때문이다. 기재부 김모(53) 국장은 “1월 4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이라 가슴에 애도 리본까지 달았다”며 “공무원은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국내 소비)가 무안공항 참사로 ‘겹악재’를 맞았다. 연말 송년회는 물론 내년 초 신년회, 해맞이 행사까지 연말 특수가 실종될 위기라서다. 정부를 중심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탄핵 정국에도 송년회를 예정대로 진행해 달라”고 독려했지만, 소비 불씨를 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종시 대표 번화가인 도담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12월 막바지인데도 좀처럼 송년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며 “오후 10시면 손님이 뜸해 장사를 접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단체 모임이 잦은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중국요릿집 관계자는 “이달 들어 송년회 예약 취소 전화를 많이 받았다. 최근 들어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무안 참사로) 신년회마저 몇 팀 취소했다”고 털어놨다.
연말부터 내년 1월 1일에 걸쳐 집중된 지방자치단체 해맞이 등 연말연시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특히 이번 참사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광주(81명), 전남(75명) 지자체가 두드러진다. 광주시는 29일 사고 직후 회의를 열어 31일 제야의 종 타종식과 1월 1일 무등산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전남 장흥군도 같은 날 긴급회의를 열어 1월 1일 정남진 전망대에서 열기로 한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행사를 위해 준비한 떡국과 김치 등 음식은 지역 복지시설에 전달하기로 했다. 전남 완도·해남군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유명한 울산 울주군 간절곶에서 열리는 해맞이 행사, 강원도 원주의 송년 콘서트도 취소됐다. 부산 해운대구는 31일 오후 11시부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 예정이었던 ‘2025 카운트다운’ 행사를 취소했다. 국가 애도기간인 내년 1월 4일까지 빛 축제 행사장에서 음악을 중단하고, 조명만 밝히기로 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국민과 함께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차분하게 새해를 맞기 위해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1월은 겨울 휴가와 설 연휴가 낀 연중 최대 성수기 중 하나다. 이번 참사는 가뜩이나 내수가 위축한 와중에 일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100 이하면 비관)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86.6) 이후 최저치다.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 3월(18.3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통상 대형 재난이 터지면 소비가 침체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나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가 대표적이다. 당시도 각종 행사나 모임이 일제히 취소됐고, 민간 기업은 외부 행사를 자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시 내수를 드러내는 소매판매지수가 전월 대비 1.2% 하락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 늘었지만, 민간 소비는 0.3% 쪼그라들었다. 이태원 참사 직후인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6.5로 전달(88.8)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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