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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공주 도착했는가?" 지워지지 않는 '숫자 1'…마지막 대화에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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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여객기 사고] 휴대폰에 남은 애절한 사연

제주항공 탑승 181명 중 179명 숨져

뉴스1

제주항공 7C2216 편 피해자와 가족의 마지막 연락.(가족 측 제공) 2024.12.29/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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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스1) 이수민 김민수 김종훈 장시온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폭발해 탑승객 179명이 숨진 가운데 피해자들이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나눴던 애정어린 대화들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만난 김 모 씨(61)는 딸과 사위를 잃은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김 씨의 카카오톡에 저장된 딸의 대화명은 'OO공주'였다.

김 씨가 보여준 카카오톡 가족대화방에는 수신자가 읽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숫자 1'이 여전히 떠 있었다.

피해자는 참사가 벌어지기 전날이었던 28일 밤 "오늘 새벽에 비행기 타용.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쯤?"이라는 카톡을 보냈다. 다른 가족은 "조심하공"이라고 답장을 보냈고 피해자는 "여기 이제 4시 19분"이라고 답했다. 이후 김 씨는 "공주 도착했는가?"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피해자는 읽지 못했다. 김 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마지막 문자를 하염없이 지켜봤다.

김 씨는 "연락이 없어서 전화를 수십통 했는데 받지 않았고, 가슴이 무너졌다"며 "너무 싹싹하고 착한 딸이었다"고 말했다.

참사로 아들과 며느리, 6살 손자를 잃은 최 모 씨(64·여)의 휴대전화에도 아들과의 마지막 대화가 담겼다.

최 씨는 가족들의 명칭 끝에 하나하나 하트 표시를 붙여놨다.

가족단톡방에선 "우린 오늘 밤에 돌아갑니다. 엄마도 경주 잘 갔냐"는 피해자의 안부 인사, "조심히 와~ 엄청 추워~", "조심히 잘 와. 엄마는 삼촌들이랑 있다"는 가족들의 메시지가 남아 있다.

피해자는 "넹~ 내일 연락할게. 엄마도 즐거운 시간 보내셔"라며 안전 귀환을 바라는 가족들을 안심시켰지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며느리가 제주항공 승무원이다. 모처럼 시간이 맞아서 남편과 애기 데리고 태국에 여행을 갔었다. 아들이 어제 출발 전 보낸 카톡을 나눈 게 마지막이다"며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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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9시 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방콕발 여객기가 추락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비행기 탑승객과 가족이 사고 직전 나눈 메시지를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2024.12.29/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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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도 참사 직전 가족으로부터 항공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피해자는 오전 9시에 A 씨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고 보냈다. A 씨는 "언제부터 그랬느냐"고 물었고 피해자는 1분 뒤 "방금, 유언해야 하나"는 말을 끝으로 참변을 당했다.

"어떻게 하냐. 왜 전화가 안 되냐"는 A 씨의 카카오톡에서 '숫자 1'이 지워지지 않았다.

한편 전날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 2216편은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외벽을 충격, 폭발했다.

항공기는 보잉 738-800(B738, HL8088)기종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다. 사망자는 179명, 생존자는 2명으로 최종 확인됐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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