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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위고비 맞으면서 술 마셨더니 다음날 숙취 ‘지옥’? … 간헐적 ‘삭센다’, 우울증 치료 등 올바른 비만치료제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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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삭센다 오용·부작용 사례

비만인구 증가세… 성인男 절반 ‘배불뚝’

식욕 억제·포만감 늘려주는 비만치료제

음주 땐 알코올 배출 지연… 숙취 더 심해

생리 전 식욕 조절용 ‘삭센다’ 사용도 NO

비만은 질병… 다이어트약으로 탈출 안돼

식습관 변화·운동·기저질환 관리 따라야

국내 위고비 판매는 올 한 해 ‘비만인’들에게 최고의 소식이었다.

국내 비만 인구는 10년 새 꾸준히 증가했다. 대한비만학회 팩트시트2024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비만 유병률은 30.6%에서 38.4%까지 치솟았다. 특히 남성의 경우 37.9%에서 49.6%로 증가, 사실상 대한민국 성인 남성 2명 중 한 명은 비만으로 추정된다. 특히 2단계 이상 유병률 증가가 두드러졌다. 2013년에 비해 2022년 2단계 비만 유병률은 3.8%에서 6.1%로 1.6배, 3단계 비만 유병률은 0.45%에서 1.18%로 2.6배로 증가했다.

세계일보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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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식습관 등 생활습관 교정 없이 치료제만으로 비만에서 탈출하겠다는 것은 환상이라는 것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2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고비로 인해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비만환자가 아닌 사람이 이용하거나 중고거래에서 판매하거나, 잘못된 사용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비만을 질병이라고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다이어트약’ 정도로 인식하는 데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비만은 식욕 억제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식습관 변화, 운동을 통한 생활습관 변화, 기저질환 관리 등이 다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비만치료제에 100% 의존하면 치료제를 끊고 100% 비만으로 회복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의 도움을 받아 비만치료제가 오용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1. 애주가인 A씨는 위고비를 사용 중이지만 술을 끊지 못했다. 얼마 전 과음한 A씨는 유난히 숙취 해소에 어려움을 겪었다. A씨는 “병원에서 음주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술 마시면 살찌니까 마시지 말라고 생각해 가볍게 넘겼다”고 말했다.

음주는 여러모로 권장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영양소 없는 고칼로리’인 술이 살찌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췌장염과도 연결됐기 때문이다. 과도한 음주는 췌장에 무리를 가져 올 수 있는데, 위고비의 이상반응 중 췌장염 사례가 있는 만큼 위고비와 음주가 같이 사용되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A씨의 숙취가 유난히 오래 간 것에도 위고비가 영향을 줬다. 위고비는 체내에서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증가해 혈당을 낮추고 위 배출 속도를 느리게 해서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식욕을 억제한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주성분인 위고비는 대사 저항성을 가지도록 설계돼 간이나 신장에서 미미하게 대사되고, 주로 프로테아제 효소에 의해 천천히 분해된다. 간에서 주로 대사되는 알코올과는 차이가 있지만 같이 복용할 경우 간 대사에 무리가 되고, 위 배출 속도 지연으로 인한 숙취가 있을 수도 있다.

박경희 교수는 “알코올 대사와 위고비의 체내 대사과정은 다르다”면서도 “다만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면서 체중이 변화한다는 것은 몸의 체액량, 근육량, 지방량 등 체성분의 변화, 체력상태의 변화 등을 의미한다. 이런 몸의 전반적인 변화로 인해 각종 대사기능도 일시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위고비 이상반응인 오심, 구토, 설사, 소화불량 증상 등이 음주로 인한 구역감과 쉽게 구별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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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여성 B씨는 생리 주기 직전 유난히 폭식이 심한 편이다. 이때는 많이 먹는 것을 넘어 유난히 달고, 짠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는데, 이 때문에 생리 주기마다 2∼3㎏씩 증가해 B씨는 생리 주기 직전에만 삭센다 처방을 받아 해결하고 있다.

많은 여성이 생리 기간 직전에는 식욕억제 역할을 하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고 식욕자극 호르몬으로 작용하는 포로게스테론이 증가하는 한편 세로토닌이 감소해 기분이 저조해지면서 단 음식을 더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간헐적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 교수는 “비만치료제들의 체중조절 효과는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치료 용량을 정기적으로 장기간 사용했을 때에 해당한다“며 “간헐적 사용으로는 충분하게 정기적으로 복용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비만치료제로 사용되는 큐시미아, 삭센다, 위고비 등은 약에 대한 이상 반응을 확인하고 적정 치료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 용량을 정기적으로 증량하게끔 되어 있는 만큼 간헐적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례3. 평소 초고도비만으로 자신감이 떨어졌던 C씨는 최근 동네 의원을 찾아 위고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고비 용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C씨는 의욕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C씨는 “밥을 덜 먹어서 기운이 빠지는 것 같은데 살 빼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참는다”고 말했다.

비만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 비만치료제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비만치료제 복용 시 먹는 것도 줄어들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서 기운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은 있을 수 있다. 다만 우울한 사람 중에 비만이 동반된 경우가 많고, 비만으로 인해 우울감이 심해지기도 하고, 치료제로 인해 기운이 빠지고 기분이 다운되기도 하는 만큼 이 부분은 확실히 짚어봐야 한다.

박 교수는 “우선순위부터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비만이 있지만 혈압조절이 안 돼서 180∼200㎜Hg이 넘는 환자라면 혈압부터 잡아야지 살 빼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정신질환 문제가 있는 환자라면 비만으로 인해 우울감이 높아졌더라도 비만 해결보다 안정적인 상태부터 찾아야 비만 치료도 가능한 만큼 이 부분은 꼭 전문가와 상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사례4. 고도비만 환자 D씨는 위고비의 효과에 의문을 품고 있다. 5주 연속으로 맞아도 체중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D씨는 “약값도 비싸서 그만둘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증량 과정을 거친다. 첫 4주 동안은 주 1회 0.25㎎, 5주째부터 0.5㎎, 7주째부터 1.0㎎으로 증량한다.

박 교수는“위고비의 체중감량 효과로 알려진 결과는 최고 용량인 2.4㎎으로 1년 이상 치료했을 때의 결과”라며 “초기 용량으로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증량하는 과정 중에 특정 용량 수준 정도에서 식욕이 억제되는 효과를 느끼게 되고 이상반응이 없는 한 최대 용량까지 증량하고 그 효과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삭센다도 3.0㎎이 최고 용량이지만 1.8㎎이나 2.4㎎ 정도에서 유지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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