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심장 명의로 알려진 이대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서동만 교수가 40여 년 동안 흉부외과 의사로 약 7천 건의 심장 수술을 집도하며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을 펴냈다.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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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단계에서 심장 발달 이상으로 생기는 선천성 심장병은 신생아 가운데 0.8~1.0%에게서 나타난다. 심장의 벽이나 판막, 혈관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등 증상과 심각성은 상태에 따라 크게 다르다. 하루 약 10만 번 뛰는 심장은 약 7천~8천ℓ의 혈액을 전신에 공급해 생명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이 때문에 심장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한 생명 앞에 놓인 길은 크게 달라진다.
지난해 말 출간된 ‘심장 수술 그 이후’(엠아이디 펴냄)는 소아심장 명의로 알려진 이대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서동만 교수가 40여 년 동안 흉부외과 의사로 약 7천 건의 심장 수술을 집도하며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심장은 좌심방, 우심방, 좌심실, 우심실이라는 4개의 방으로 나뉜다. 각각의 방은 혈액을 받아들이거나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대동맥, 폐동맥, 폐정맥, 대정맥 등 주요 혈관들과 연결돼 체내 모든 조직에 혈액을 공급하고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한다. 그러나 발달 단계에서 혈관 연결이나 심방이나 심실 형성이 제대로 되지 못할 경우 아기들은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으며, 여러 차례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필리핀에서 온 8살 환자가 수술 뒤 서동만 교수에게 선물로 그려준 그림. “세상에는 참 좋은 것들이 많다: 포옹, 웃음, 친구, 키스, 가족, 잠, 사랑, 너털웃음, 즐거운 추억…이런 것들은 모두 공짜다!”라고 적혀 있다. 서동만 교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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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대혈관 전위’ ‘양대혈관 우심실 기시’ ‘수정 대혈관 전위’ ‘단심실’ ‘활로 4징’ ‘대동맥 궁 이상’ 등 복잡 선천성 심장병 사례를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치료 기록은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는 더없이 귀중한 의학적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적인 용어도 많아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생경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 점 덕분에 심장이라는 기관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고,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심장 수술의 역사와 다양한 지식을 얻을 기회가 될 수 있다.
서동만 교수의 저서 ‘심장수술 그 이후’(엠아이디 펴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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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수십 년 동안 수술실과 진료실에서 겪었던 기적의 사례들도 소개된다. 좌심 형성부전 증후군이라는 복잡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한 아기는 생후 일주일 만에 폐동맥 수술을 받았다. 이후 생후 두 달, 넉 달, 세 돌 직전까지 짧은 기간에 세 번의 수술을 받는다. 그 뒤에도 치명적인 합병증이 와서 심장 이식을 기다리면서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합병증이 나타난 지 3년6개월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증상들이 호전됐다. 기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경우다. 이 밖에도 체중 12㎏의 아이가 52㎏ 성인의 심장을 성공적으로 이식받은 사례, 생후 2개월에 꼭 맞는 인공판막을 발견한 아기를 비롯해 중국·이집트·몽골 등 외국에서 여러 사람의 지원을 받아 생명의 길을 다시 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지난해 말 열린 출판기념식에는 서 교수로부터 수술을 받은 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란 아이들도 함께 자리했다. 위태롭던 작은 새싹에서 젊은 나무로 성큼 큰 아이들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행사장 한편에는 선천성 심장병 가족 모임 중 하나인 단심회에서 만든 입간판이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에게 삶의 희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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