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자 가족들이 소방 당국의 사망자 명단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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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 희생자 대다수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태국 방콕으로 가족·친구와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승객 중엔 세 살 어린아이를 포함해 10대 이하도 14명 있었다. 환갑·승진 등을 기념하거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한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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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한 사위가 효도 관광”…“인도 파견 간 아버지와 휴가”
29일 무안 제주항공 사고가 일어나기 전 탑승자 조모씨와 남편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사진 조씨 가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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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탑승자 명단엔 어머니 조모(61)씨와 딸 김모(39)씨, 사위 나모(42)씨, 손주(14·9) 등 일가족이 포함됐다. 광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위가 내년 승진을 앞두고 바빠질 것 같아 장모를 모시고 효도 관광을 계획했다고 한다. 몸이 아파 여행에 동행하지 않았던 조씨의 남편(69)은 전날 부인과 나눈 카카오톡을 보며 황망해했다. 휴대폰에 ‘보물’이라고 저장해둔 부인이 전날 “여보 몸은 괜찮나요. 내일 아침에 도착하네요”라고 문자를 보내온 게 마지막 인사가 됐다. 친척 박모(57)씨는 “사위가 과장으로 승진한다고, 딸 내외에 어린 손주들까지 함께 여행 간다고 참 좋아하셨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항 2층에 있던 최모씨는 약 1년 전 인도로 파견간 지인 김모씨 가족 이야기를 하다가 목이 멨다. 그는 “김씨가 인도 공장 지사장(총책임자)을 맡아 떠난 지 일 년이 안 됐다”며 “연말을 맞아 네 식구가 태국에서 만나 여행을 한다고 들었다. 부인과 24세, 20세 두 아들이 한국으로 오던 중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인도에서 한국으로 오는 게 너무 멀어서 중간쯤인 태국에서 만났다고 들었다”며 “김씨는 소식을 듣고 인도에서 출발하려는데 비행기가 없어서 언제 올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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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맞아 가족·친구 여행 갔다가 참변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갔던 황모(55·51)씨 남매 가족도 사고를 당했다. 이중 부인(51)의 사고 소식을 듣고 온 A씨는 “전남 여수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열심히 살았다. 평소 친정 식구들과도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연말연시 맞아 어머니를 모시고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갔다”며 “딸이 도착한다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가 연락을 안 받는다기에 뉴스를 봤더니 사고 소식이 들렸다”고 말했다. 둘째 딸은 “돌아와서 얼굴 보고 얘기할 생각에 엄마와 몇 시에 출발한다는 간단한 대화만 나눴다”며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수습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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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거주하는 박모(51)·김모(26)씨 모녀도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뉴스 속보를 보고 공항에 온 김씨의 친구들은 “어머니랑 둘이 여행을 간다고 했고 어젯밤에 ‘이제 출발한다’는 카톡을 주고 받았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목포에 살던 권모(55)씨도 부인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올해 수능을 본 딸은 학업 때문에 서울에 떨어져 살았다. 딸 등 가족들이 바로 오지 못해 광주에 사는 권씨의 군대 동기 등 지인들이 공항을 먼저 찾았다. 친구 김모씨는 “21일 송년회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다. 친구들에게 방콕으로 여행 간다는 말을 했다는데 불과 며칠 전 일이라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함께 사무관(5급)으로 승진한 도교육청 소속 공무원도 사망자 명단에 있었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2019년에 사무관으로 승진한 동기 3명을 포함해 총 5명의 사무관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모두 공무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사유로 방콕을 방문한 것이라서 구체적인 현황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동기 모임의 일환으로 방콕 여행을 다녀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한 여객기는 제주항공이 지난 8일부터 무안공항에서 태국 방콕으로 주 4회 운항하는 정기편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2022년 12월 태국과 협약했던 전세기가 아니라 여행사에서 관광객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중 34명은 광주의 한 여행사 상품으로 여행을 떠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엔 화순군 전·현직 공무원 7명과 환갑을 기념해 방콕으로 갔던 친구 등도 포함됐다. 여행사 운영자 채모(66)씨의 형은 “동생이 조그맣게 사업체를 운영하다보니 본인이 가이드 역할로 고객들을 데리고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여기엔 전남 화순군 현직 공무원 3명과 퇴직자 5명 등 모임 멤버 8명과, 환갑 여행을 떠났던 전모(60)씨와 친구들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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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포함 10대 이하 14명 포함…고3·고1 형제도
2021년생 고모(3)군과 2019년생 정모(5)양을 포함해 미성년 탑승객 14명은 인근 좌석에 성(姓)과 예약번호가 같은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많아 가족 단위 여행을 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동생을 포함한 가족도 있었다.
이날 전남도교육청은 화순 지역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A(18)ㆍB(16)군 형제도 탑승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올해 고3이었던 형과 1학년인 동생이 아버지(43) 등과 여행을 떠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이 확인된 인원 중엔 목포 소재 초등학생도 있었다.
김서원·이아미·박종서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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