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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새떼 부딪친 뒤 펑, 엔진에 불길 보여”…기체 결함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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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19구조대원들이 사고 여객기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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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조류 충돌)가 1차 원인으로 추정된다. 다만 충돌 이후 상황을 고려하면 엔진 결함 등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정현 전남도소방본부 무안소방서장은 29일 “(항공기 측이) 관제탑과 공항 무전을 하면서 (버드 스크라이크 발생 등) 그런 내용이 있었다”며 “사고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등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정확한 원인은 추후 관계기관과 합동조사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표 내용은 사고 목격담과도 일치한다. 무안공항 인근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던 정모(50)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객기가 하강하던 중 반대편에서 날아오던 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며 “(이후) ‘펑’ 소리와 함께 오른쪽 엔진에서 불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류 충돌 이후 복행(復行)하는 과정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복행은 착륙하려던 항공기가 정상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다시 이륙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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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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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인접해 있다. 무안국제공항 인근엔 113.34㎢의 대규모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 갯벌에는 철새의 먹이가 많고 휴식할 곳도 많아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는 이날 오전 새와 부딪친 뒤 착륙을 시도했지만, 랜딩기어(Landing Gear·착륙 장치)가 전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바닥이 활주로에 닿은 채 약 10초간 직진했다. 이후 지상을 질주하던 여객기는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끝단의 외벽을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였다.

일부에서는 엔진 2개가 모두 고장나 기장이 랜딩기어를 작동하는 데 실패하고 동체착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직 기장 A씨는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항공기 오른쪽 엔진뿐 아니라 왼쪽 엔진에도 미세한 연기가 나고 있어 두 개 엔진 모두에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보잉사의 항공기의 경우 엔진 두 개가 모두 고장나면 APU(보조동력장치)가 작동되기 전까지 모든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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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내 모든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엔진이 고장나면 항공기 속도를 줄이거나 랜딩기어 등을 자동으로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조종사들은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리려고 시도하는데, 보통 랜딩기어 1개를 수동으로 내리는 데 30초가량 필요하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사고 영상에 나타난) 착륙 속도를 보면 기장이 양쪽 엔진을 컨트롤하기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 같다”며 “조종사가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떼 충돌과 더불어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사고 여객기인 제주항공 7C2216편을 이용한 한 승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동이 몇 차례 꺼지는 현상이 있었다”며 “불안해 승무원에게 이야기했는데, 별문제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 송경훈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해당 기체 반복 사고와 정비 불량 지적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이틀전 시동꺼짐 있었다‘는 의혹에도 “사실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무안=황희규 기자, 문희철·천권필·박영우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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