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9시40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 사고 탑승객 가족들이 모여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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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제주항공 '무안 참사'가 일어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는 흐느낌과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공항을 찾은 가족과 지인들은 눈이 벌게진 채로 사고 현장이 나오는 뉴스를 지켜봤다. 관계자들의 브리핑을 숨죽여 들으며 하루빨리 신원을 확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9시께 공항을 방문한 탑승자 가족들은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탑승자 가족 박모씨(60대)는 "딸이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갔다가 일을 당했다"며 "아이가 들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말이 되냐"고 한탄했다. 이어 "내가 딸보다 오래 살아서 뭐 하냐"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탑승자 친구인 유모씨(29)는 "평소에 잘 지내냐고 물어보지 않았던 게 너무 후회된다. 속이 탄다"며 울음을 삼켰다.
탑승자 가족들은 숨을 죽인 채 사망자 명단을 들었고, 이름이 불릴 때마다 탄식을 냈다. 한 탑승자 지인은 지인의 이름이 불리자,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질렀다.
대다수 가족은 신원 확인과 사고 원인 파악이 지체되자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유가족은 "신원이 확인되면 연락이 온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며 "한국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 게 맞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거냐"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현장의 대처가 미숙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8시56분께 관계자가 마이크 없이 신원이 확인된 탑승객의 이름을 부르자 잘 들리지 않는다며 소동이 일었다. 유가족들이 이름이 잘 안 들린다며 화면에 이름을 띄워달라고 항의했다. 이 관계자가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고, 탑승객의 가족은 "사람이 죽었고 이미 탑승객 명단까지 공개된 마당에 뭔 개인정보냐"며 울부짖었다.
이날 오후 9시20분께 기준으로 88명의 신원만이 확인된 가운데 현장에서는 유전자(DNA) 대조를 위해 탑승자 가족들의 DNA를 채취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혼란이 일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가 DNA 채취 장소를 2층 관리동에서 농협 부스로 번복하자, 가족들은 "이미 사람들이 아까 얘기했던 관리동 2층으로 DNA 채취하러 갔다"며 "어디서 하는 게 맞냐. 제대로 알려야 하는 게 아니냐"고 외쳤다.
2층에 재난 구호 쉘터가 마련돼 있었음에도 대부분의 탑승자 가족은 쉘터 밖으로 나와 대기했다. 신원이 확인된 탑승자 명단을 포함해 소방과 경찰 등 정부 당국의 안내를 조금이라도 빨리 듣기 위해서였다. 일부 탑승자 가족들은 쉘터에 들어가는 대신 돗자리와 담요를 깔고 허공을 응시하며 안내 방송을 들었다.
현장 관계자는 오후 9시33분께 "사망자 179명 수습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8시51분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탑승객 가족들을 위로했다. 유족들은 "어떻게 사고가 난 건지, 꼭 알고 싶다. 제발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전했다.
29일 오후 8시51분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탑승객 가족들을 위로했다./사진=서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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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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