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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내 아내·내 아들·내 형제 어디있나…성탄 여행 귀국길에 가족들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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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에 모인 수백 명의 유족들
사고로 아들·아내·남동생 등 떠나보내
벌개진 눈으로 오열하며 분노
“진행상황 제대로 안 알려줘 답답해”


매일경제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자 가족들이 소방 당국의 사망자 명단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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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님이 타고 있어요. 구조 현황만이라도 공유해주세요.”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후 충돌로 참사가 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사고 현장에는 탑승객 가족들이 일제히 몰렸다. 이날 오후 무안공항 출입통제소에서 사고 유가족 A씨는 “왜 아무도 상황을 알려주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형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이곳 공항으로 달려왔지만 형의 생사를 알 길이 없었다. A씨는 “현장 통제만 하고 애타는 가족에게는 상황을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가족 대기실이라고 마련한 곳에는 모니터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며 울먹였다.

이날 오후 3시께 무안공항에는 항공기 사고 소식을 듣고 공항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유족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오후 3시 10분께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김산 무안군수가 공항에 도착하자 유족들은 당국의 느린 일처리와 사망자를 만날 수 없다는 설움에 분통을 터뜨렸다. 임시 유가족 대표는 김 지사에게 “유족 대표단을 꾸려서 사고 현장을 방문할 수 있게 하고 유가족에게 빨리 연락을 취해서 가족들이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브리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니까 빨리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 사항을 전했다.

오후 3시 30분께 유족 정례 브리핑에서 보건소 관계자가 신원이 확인된 사람이 5명에서 12명으로 늘었다고 밝히며 사망자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자 공항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고” 탄식이 터지며 눈과 코가 빨개진 유족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당국은 임시 시신 안치소를 무안공항에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소통 오류로 시신은 임시 안치소로 곧바로 안치되지 않았고 유족들은 5시간이 넘도록 신원 확인이 된 사망자조차 만날 수 없었다. 오후 4시 30분 무안공항에서 진행된 유가족 정례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문으로 사망자 신원을 확인 중”이라며 “소방대 격납고에 시신을 안치하기 시작했는데 추후 유가족 상황실을 만들어 구체적인 절차를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한 유가족은 “제주항공이 유가족 명단을 5시간 전에 적어갔는데 아직까지 아무 연락도 안 주고 있다”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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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와 관련해 소방 당국이 사망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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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모인 많은 유가족은 자리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서로를 토닥이며 부둥켜안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지인이 공항에 도착하자 “어떡하냐”고 울부짖으며 오열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공항 입구 벤치에 앉아 지인과 통화를 하며 “아무것도 모르겠어. 아무도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안 알려줘”라고 답답함을 표출했다.

경황이 없어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공항에 도착한 유가족 B씨는 벌게진 눈으로 무표정한 채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B씨는 “아들이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생사 확인을 못하고 있다”며 “죽은 아들이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데 이젠 다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착잡한 표정의 또 다른 60대 유가족 C씨는 “아내가 여행사를 통해 크리스마스 여행 상품을 예약해 친구들과 방콕으로 여행을 갔다”며 “오늘 오전 7시 50분께 무안공항에 도착한다고 해 아내를 데리러 나왔는데 1시간가량 연착된다는 공지를 받았다가 이내 경찰과 소방차가 도착하면서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가족 D씨는 “남동생과 일가족 4명이 모두 비행기를 탑승했는데 한 명도 생사 확인을 못하고 있다”며 “뉴스를 보고 오후 2시께 공항에 도착했는데 아직까지 당국으로부터 안내받은 바가 전혀 없어 빨리 사망자 명단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후 3시 40분께 공항 한쪽에서는 전남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봉사자들이 유가족에게 담요, 물, 핫팩 등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유족들은 공항 의자뿐만 아니라 바닥까지 채워 앉아 당국 브리핑과 추후 이동할 장소를 기다렸다. 당국의 일처리에 답답함을 참지 못한 유가족들은 비행기에 탑승한 가족 이름, 탑승 번호, 유가족 이름, 유가족 번호 등을 적으며 비상 유가족 연락망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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